손흥민 언급하며 "동양인 다 비슷"…심상치 않은 '혐오' 바람

사진=연합뉴스
"동양인은 다 비슷하게 생겼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에 대해 동료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한 말이다. 이처럼 유럽 축구 리그에서 매 시즌 인종차별 논란이 수없이 불거지고 있다.레알 마드리드의 비니시우스는 지난해 상대 팬들로부터 “모노(원숭이)”라는 조롱을 들었고, 관중과 언쟁을 주고받다 퇴장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뿐만 아니라 울버햄프턴의 황희찬도 인종차별을 당하기도 했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상대 수비수가 황희찬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했고, 이에 격분한 다니엘 포덴세가 대신 주먹을 휘두르다 퇴장을 당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을 비롯한 축구 단체들은 21세기 들어 인종차별 문제에 단호하게 대응해 왔다. 지난 6월 스페인 법원은 인종차별 행위를 한 관중에게 사상 첫 유죄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10일 오후 5시에 방송되는 아리랑TV 'The Roundtable' 49회에는 '유럽에 부는 혐오 바람'이란 주제로 최현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김해나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이야기를 나눈다.

김해나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인종차별은 모든 분야에 만연해 있다.” 며 “하향식 접근 방식이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선될 사항이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인종차별은 유럽 전역에서 높아지고 있는 반이민, 반난민 정서와도 맞닿아 있다.최근 독일 정부는 묻지마 테러 사건을 계기로 불법 이민을 더 엄격히 규제하고 난민 추방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민 천국’이라 불리던 스웨덴의 포용적 이민정책 기조도 변화하고 있다.

스웨덴의 포용적 이민정책 기조는 2015년 말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당시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소말리아 등지에서 내전과 폭력을 피해 망명해 온 이주민이 16만 명을 넘기자, 실업률과 주택 가격이 치솟았고, 정부의 재정지출 부담도 가중돼 반이민 여론이 확산했다.

최현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민정책 기조가 변화한 것은 일자리 및 경제적 기회에 대한 우려, 보안 및 테러 공격에 대한 우려 등이 있을 수 있다” 라며 “난민 수용에 부정적인 극우 정당의 영향력이 커진 여파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세계에서 가장 개방된 부자 나라’로 불리는 네덜란드는 요즘 급격하게 반이민 정책으로 유턴하고 있다. 그동안 이민자 유치가 경제 성장 원동력으로 자부해왔던 네덜란드인지라 전 세계가 놀라고 있다.

네덜란드는 ‘30%룰링’이라고 부르는 고학력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세금 감면 혜택을 축소하고 있다. 또한 누군가가 네덜란드에 망명을 신청했을 때, 그가 실제 위험에 빠졌는지 이민귀화국이 신청자의 진술을 듣고 난민 지위를 줄지 말지 판단했지만, 이제는 망명 신청자 본인이 자국에서 위험에 처해있다는 증거를 직접 제출해야 한다.

영어로 진행되는 학사 프로그램을 대폭줄여 일종의 ‘유학생 쿼터제’를 도입, 네덜란드 대학 교수 중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외국인 교수들은 네덜란드어를 하지 못해서 일자리를 잃을까 떨고 있다고 한다.

최 교수는 “반이민 정서는 일반적으로 경제가 좋지 않을 때 증가한다” 며 “극우 정당은 경기 둔화로 지지를 잃고 유권자들은 이민보다 경제 회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부를 잃을까 봐 이민에 반대하고, 극우 정당은 이민을 위기로 강조함으로써 이러한 두려움을 악용 한다”고 분석했다.

반이민 정책을 설파하는 세계 정치인들이 공통으로 주장하는 논리는 바로 이민자들이 사건, 사고를 일으켜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다.김 교수는 “실제 데이터를 분석하면 이민자들의 낮은 범죄율을 확인할 수 있다” 며 “정부 및 사회 차원에서의 노력과 교육, 효과적인 정책을 고안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고 설명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