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블리츠 CIO "기계적 손절매로 투자 기회 놓칠수도…손절 개념도 벗어나야" [KIW 2024]

"단순한 단기 수익률을 기준으로 '로스컷'(손절매) 기준을 잡으면 오히려 더 큰 수익을 낼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매도의 기준은 최대한 유연하게 가져가야 합니다."

정재호 블리츠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는 10일 서울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4'에서 주식을 매도하는 기준에 대해 강연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 CIO는 브레인자산운용 펀드매니저와 LK자산운용 CIO를 역임하고 2021년부터 블리츠자산운용에서 CIO를 맡고 있다. 정 CIO는 "기계적으로 손절매 기준을 정하는 것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이 더 크다"라고 강조했다. 로스컷이란 기관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보전하기 위해 도입하는 손절매 기법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10~30% 가량 주가가 내려가면 자동적으로 매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도 이를 모방해 로스컷 전략을 도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계적인 손절매는 손실 범위를 축소시킬 순 있지만 투자 기회 역시 축소시킬 수 있다는 게 정 CIO의 지론이다. 그는 SK하이닉스를 예시로 들었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2월 8일부터 3월 16일까지 단기간 16% 이상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인공지능(AI) 열풍이 불자 1년만에 주가가 2배 가까이 뛰었다.

정 CIO는 "장기적으로 오르는 종목이라도 중간중간 조정은 나오기 마련"이라며 "내가 진입한 가격까지 고려하면서 따지다보면 이성적 판단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가격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계적인 손절매 방식보다 악재와 노이즈를 구분하는 판단, 분석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악재성 데이터의 예시로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K팝 해외 앨범 수출량 감소를 꼽을 수 있다. 팬심이 흔들리면서 장기적 주가 약세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반면 7~8월 일부 업종의 수출량 감소는 휴가철 조업일수 감소로 인한 일시적 노이즈 데이터에 불과하다는 게 정 CIO의 설명이다.

정 CIO는 "손절과 익절(이익을 취하고 매도)이라는 개념도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다수 투자자들이 주관적인 기업 가치(밸류에이션)를 정해두고 투자에 나서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업종 투자자들의 성향과 관점이라는 설명이다. 가령 2차전지 기업은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에 크게 영향을 받지만 금융업종은 외국인의 지분율이 높아 해외 시장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정 CIO는 "상대방이 내 물건을 받아줘야만 이익을 남기는 게 주식시장인데 나의 가격 기준으로 생각하다보면 매도 시점을 놓칠 수 있다"며 "기업의 펀더멘탈 역시 중요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생각 역시 적절한 매도 타이밍을 잡는데 중요하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