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강남마저…"이렇게 될 줄이야" 눈물의 환골탈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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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필수코스였는데"
강남역 영화관 눈물의 환골탈태
영화관의 위기…강남역 영화관도 폐업
팬데믹·OTT에 지난해 영화관 개업 '0건
9일 오후 8시께 강남역 11번 출구 인근의 한 빌딩. 건물 1층에 위치한 옷 가게로 들어서던 일행 4명이 이같이 말하며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지난 4월까지 메가박스 강남대로점이 있던 건물이다.메가박스는 강남역 일대에서 2곳의 영화관을 운영해왔으나 최근 한 곳을 폐업했다. 영화상영업의 침체가 불패 상권으로 불리는 강남역으로까지 번지면서, 영화 산업의 지각변동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관 대신 보드게임 카페 생겼다
특히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걸어 나오면 보이던 메가박스 강남대로점 건물은 옥외 광고판에 늘 영화 포스터가 걸려있어 눈에 띄었다. 과거 대학생들 사이에서 만남의 장소로 여겨지기도 했다. 역삼1동 안쪽 맛집 골목으로도 이어지는 위치라 지금도 늘 사람이 가득한 입지다.
해당 극장 관계자는 "메가박스가 폐점하면서 이 자리에 극장이 없어질 상황에 처하자 명맥을 잇기 위해 지하 상영관만 따로 분리시켜 지난해 9월 독립 영화관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대로 내리막길 걷나
비단 메가박스만의 부진은 아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개방에 따르면 영화상영업(영화관)의 인허가(개업) 수는 지난해 0건, 올해 8월까지 1건에 그쳤다. 영화상영업 개업이 연간 0~1건을 기록한 것은 1998년 CGV가 강변점을 개관으로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이 등장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가운데 폐업 점포만 늘고 있다. 2010~2019년까지만 해도 영화관 폐업은 연간 20곳을 넘어선 적이 없었는데, 팬데믹 이후에는 30곳에 가까워지는 해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2020년 27곳, 2021년 25곳에서 2022년 15곳으로 줄어드나 했더니, 2023년 27곳으로 다시 늘어났으며 올해 8월까지 18곳이 폐업했다. 아직 행안부에 신고가 안 된 곳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돼,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폐업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상영관 폐업은 2008년 금융위기 사태(89건)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90건)으로 가장 많아,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올해 상영관 인허가는 지금까지 60건인데, 이 정도 수준이면 최근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전문가들은 OTT 산업의 성장을 영화상영업 침체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지난 6월 'OTT 산업 활성화가 영화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적 함의'라는 제목의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 보고서를 통해 "현재 OTT는 공급자 입장에서 '열등대체재'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OTT에서 나오는 투자금이 영화 제작 경상비(매년 사업을 영위하는데 반복적으로 쓰이는 경비)를 보존할 수준이 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이어 "제작사들은 OTT를 투자사의 하나로 여기고 있지만 투자·배급사들은 OTT로 인해 출혈이 큰 상황"이라면서 영화 산업 전반의 규모 축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영화관 측 투자 규모를 OTT가 채워주지 못하고 있어 기획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라며 "영화관 투자시장의 자금 고갈상태가 지속된다면 제작사는 점점 OTT 투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종국에는 OTT가 영화관의 대체재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