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협상하자" 만난 美·中 실무자들 '으르렁'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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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무역 실무자들이 중국과 협상을 위해 만난 자리에서 “국가 안보에 관한 이슈는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은 마리사 라고 상무부 국제무역 담당 차관과 왕 서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이 지난 7일 중국 톈진에서 양국 상업 이슈에 관한 실무그룹 2차 차관급 회의를 가졌다고 9일 발표했다. 미·중은 작년 8월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양국 간 구체적인 무역 및 투자 이슈를 다루기 위해 이같은 실무그룹 회의를 갖기로 약속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4월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회의의 후속 성격이다. 양측은 대외적으로는 협력을 강화하고 소통을 증진하자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국가 안보와 경제의 범위에 대해 상당히 날선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측은 “국가 안보 문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딱 잘랐고, 중국 측은 미국이 “국가 안보 개념을 과도하게 확대해서 경제와 무역을 가로막는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측 왕 부부장은 이 회의에서 “미국의 무역법 301조 관세, 중국 조선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조사, 국가 안보 개념의 과도한 확대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와 불공정한 대우, 양국 간 투자 제한, 미국의 대 중국 무역구제 조치 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와 무역 문제에서 국가 안보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비즈니스 협력 기대를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개혁 심화, 개방 확대, 고품질 발전을 추구하는 중국은 현대화된 대국으로서 미국에게 위협이 아니라 기회가 될 것”라고 했다.

ITA에 따르면 라고 차관은 이에 대해 “미국은 미국 기업과 근로자에게 이익이 되는 대 중국 무역·투자 관계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의 규제 투명성과 확실성이 감소하고 있고 비(非) 시장적인 정책과 관행이 이어지는 점, 다양한 산업 분야의 과잉생산 능력이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를 강조했다. “이 모든 요소는 미국 기업과 근로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일부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양측은 미국 헬스케어 회사들이 중국 내 의료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과 기후변화 대응 문제에 관해 논의했다. 국경 간 데이터 흐름과 검역문제 등에 대해서도 “소통을 유지하자”고 약속했다. 주요 20개국(G20)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프레임워크 내 협력을 강화하고, 프로젝트 사무소를 설립해서 양국 기업의 협력을 촉진하자는 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말 중국에 무역사절단 파견을 지원할 예정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