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대회서 선수들이 공을 집어올려 닦은 후 치는데, 그래도 되나요?" [최진하의 골프규칙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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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퍼드라이, 볼 닦기에 대한 모든 것Q: 골프 대회 중계를 시청하다보면 선수들이 페어웨이에 있는 볼을 집어 올려서 닦은 후에 옆에 놓고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렇게 해도 되는지 의문이 드는데, 어떠한 경우에 가능한지 알고 싶습니다. (독자 표○연님)
A: 골프는 볼을 놓인 그대로 플레이한다는 대전제하에 진행되는 게임입니다. 다만 구제가 허용되는 경우에는 다른 곳에서 플레이할 수가 있습니다.
질문하신 상황은 특별한 구제 절차인 볼닦기(로컬룰 E-2)나 프리퍼드 라이(로컬룰 E-3) 로컬룰이 도입된 경기에서는 가능한 장면입니다. 이러한 로컬룰과 관련된 규칙 상황을 정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볼닦기나 프리퍼드 라이 로컬룰을 왜 특별한 구제절차라고 하는가요?
"볼닦기는 볼에 진흙이 달라붙는 질척거리는 코스 상태에서 도입되는 로컬룰입니다. 일반규칙(소위 제너럴 룰)에서는 볼에 진흙이 붙어있을지라도 그대로 쳐야 됩니다. 진흙이 붙은 볼을 치게 되면 날아가는 방향을 종잡을 수 없게 되지요. 공정한 경쟁이라고는 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흙이 붙어있는 볼에 대한 구제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일반규칙에는 없는 특별한 절차가 필요해지는 것이지요.
프리퍼드 라이는 폭설이나 해빙기, 장마와 무더위 같은 불리한 기상상태에서 비정상적인 코스상태가 코스에 넓게 퍼져 있는 경우에 도입되는 로컬룰입니다. 일반규칙에서 코스의 일부로 국한되는 수리지로는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서 광범위한 코스에 적용되는 구제 방법이기에 특별한 구제 절차라고 하는 것입니다."*예를 들어 코스의 지면이 전반적으로 질퍽한 상태라서 볼에 진흙이 달라붙어있을지라도 볼닦기 로컬룰이 도입되어 있지 않다면 그 진흙을 닦을 수 없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대로 쳐야 됩니다."
▶볼닦기와 프리퍼드 라이 로컬룰의 주요한 차이점들은 무엇인가요?
"볼닦기는 그 볼을 마크하고, 집어 올려서 닦은 후에 원래의 위치에 그 볼을 리플레이스해야 합니다. 반면에 프리퍼드 라이는 반드시 마크할 필요는 없으며, 닦은 후에 다른 곳에 플레이스하고 칠 수 있습니다. 규칙 용어를 써서 어렵게 설명하자면 볼닦기는 리플레이스(볼 교체 불가) 룰이고, 프리퍼드 라이는 플레이스(볼 교체 가능) 룰입니다.
볼닦기는 일반구역(예를 들어 페어웨이와 러프 지역..)에 적용됩니다. 그러나 프리퍼드 라이는 페어웨이처럼 잔디를 짧게 깍은 구역에 있는 볼에 대해 적용되는 것이기에 좀 더 제한적인 구역을 대상으로 합니다."▶프리퍼드 라이 로컬룰에서는 원래의 볼이 있었던 지점으로부터 어느 정도 길이에 볼을 플레이스할 수 있나요?
"위원회에서 특정한 길이 이내의 구역으로 정합니다. 예를 들어 한 클럽 길이 이내, 스코어 카드 길이 이내 또는 6인치 이내의 길이에 원래의 볼이나 다른 볼을 플레이스하여 페널티없이 구제를 받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한 클럽(14개 클럽 중 퍼터를 제외한 가장 긴 클럽: 예를 들어 드라이버) 길이 이내의 구제구역을 정하여 적용합니다."
▶볼닦기와 프리퍼드 라이 로컬룰을 위반했을 경우에 그 벌타는 어떻게 되나요?
"일반 페널티(2벌타)입니다. 예를 들어 볼닦기 로컬룰이 도입된 경기에서 볼을 닦은 후에 리플레이스하지 않고 드라이버로 한 클럽 길이 이내에 볼을 놓고 친다면 2벌타를 받게 됩니다."
▶볼닦기와 프리퍼드 라이 로컬룰은 라운드 도중에 코스의 상태가 악화되었는데, 도입할 수는 없는지요?
"매치 플레이에서는 가능하나 스트로크 플레이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스트로크 플레이에서 라운드 도중에 이러한 로컬룰을 도입한다면 플레이할 홀이 더 많이 남아있는 플레이어는 더 오랫동안 그 로컬룰을 사용하여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라운드 도중에 이러한 로컬룰을 도입하여 진행된 라운드는 공정한 경쟁이 아니기에 취소할 수 밖에 없습니다."▶볼닦기와 프리퍼드 라이 로컬룰을 1라운드에서는 적용하다가 2라운드에서는 도입하지 않을 수도 있나요?
"라운드가 끝난 후에 새로운 라운드를 시작하기 전에 볼닦기나 프리퍼드 라이 로컬룰을 도입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음 날에는 코스의 상태가 호전된다면 이러한 로컬룰은 필요가 없게 됩니다. 1라운드에 적용되었던 프리퍼드 라이 로컬룰이 2라운드에서는 철회되었는데, 이 사실을 모르고 2라운드에서 계속 프리퍼드 라이 로컬룰을 적용하였던 한 선수가 그 횟수만큼 2벌타씩 받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매 라운드마다 로컬룰의 도입과 철회를 살펴봐야 되는 이유입니다."
▶프리퍼드 라이 로컬룰이 적용되는 경기에서 1번 홀에서 친 볼이 1번 홀과 나란히 병행하고 있는 2번 홀의 페어웨이 위에 정지했는데, 프리퍼드 라이 로컬룰로 구제받을 수가 있나요?
"상당히 난해한 규칙 상황을 질의하셨습니다. 프리퍼드 라이 로컬룰은 페어웨이처럼 잔디를 짧게 깍은 구역에 놓여 있는 볼에 적용됩니다. 로컬룰 공지문에 현재 플레이하고 있는 홀의 짧게 깍은 잔디 위에 놓여 있는 볼이라는 문구가 없다면 논리적으로 구제가 가능합니다. 즉, 코스의 짧게 깍은 구역에 있는 볼이라면 플레이하고 있는 홀과는 관계없이 관대하게 로컬룰이 적용되는 허점이 존재하게 되는 셈이지요.
PGA와 LPGA에서는 이러한 로컬룰을 도입할 경우에 “현재 플레이하고 있는 홀에서”라는 문구를 넣어서 구제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KLPGA 투어에서도 같은 문구를 프리퍼드 라이 로컬룰에 삽입하고 있습니다."
답변=최진하 전 KLPGA 경기위원장, <골프규칙을 알면 골프가 쉽다>저자
정리=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최진하의 골프규칙 Q&A'는 독자님들이 보내주신 질문과 그에 대한 최진하 전 KLPGA 경기위원장의 답으로 운영됩니다. delinews@hankyung.com으로 라운드에서 경험한 다양한 궁금증을 보내주시면 국내 최고 골프규칙 전문가인 최 전 위원장이 명쾌하고 풍부하게 설명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