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잠수' & '캄머 발레', 서울시발레단의 두번째 파격

컨템퍼러리 발레의 살아있는 전설, 한스 판 마넨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장을 여는 안무가, 차진엽의
지난 8월 주재만 안무의 '한여름 밤의 꿈'으로 신고식을 치른 서울시발레단이 10월, 또 다른 컨템포퍼러리 작품으로 관객을 찾아간다. 8월 공연에서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았던 서울시발레단은 연습장소를 서울 노들섬으로 옮겨 새로운 공연 준비에 나섰다.
서울시발레단은 안무가 차진엽의 신작 <백조의 잠수>와 <캄머발레>로 10월 9일부터 12일까지 관객을 만난다. <백조의 잠수>라는 제목은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에 대한 재해석을 연상케 만든다. 차진엽 안무가는 "백조의 호수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발레 작품이자, 클래식 발레를 대표하는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백조는 발레리나의 모습을 상징함과 동시에 발레의 대표 동작인 '브레브레'와 '폴드브라'를 연상케하면서 사회적으로는 백조의 발길질과 같은 은유를 가진 상징물"이라고 말했다.

▶▶▶[관련 인터뷰] "깊은 물 속에서 현대사회 광란의 속도를 벗어나는 느낌 가져보시길"
'백조의 발길질'은 겉으로는 평온하고 우아해보이지만, 수면에 떠있기 위해 물 속으로 끊임없는 발길질을 하는 내면의 힘, 숨겨진 노력을 내포한다는 의미로서 자주 비유되곤 한다. 이에 착안해 차진엽은 외면으로만 판단되는 물상의 본연을 발견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하는 메시지를 담은 무대를 꾸몄다. 또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음악을 다양하게 변주해 해수면과 해수면 위아래라는 시공간을 넘나들도록 연출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현대사회의 광란에 가까운 속도와 자극에서 벗어나 수면 아래로 잠수하듯, 온전히 몰입되는 경험, 일시적 자극에서 우리의 몸을 해방해내는 작업에 관객이 공감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발레단의 첫 해외 라이선스 작품으로 무대에 오르는 '캄머발레'는 네덜란드의 전설적 발레 무용가 한스 판 마넨이 안무한 작품이다.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의 상주 예술감독인 그는 발레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시키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인물. 지난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이 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를 지냈던 발레리나 김지영(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도 한스 판 마넨의 춤을 여러번 수행한 무용수다. 그 인연으로 김지영은 오랜만에 캄머발레 무대에 오르게 됐다.
캄머발레의 이번 공연은 아시아 초연이다. 김지영은 한스 판 마넨의 세계를 한국에 전파하는 메신저가 됐다. 그는 "아시아 초연이라는 의미있는 무대에 서울시발레단과 함께하게 돼 영광"이라며 "17년전 처음 경험했던 작품이기에 감회가 더 새롭다"고 말했다. 베테랑 무용수였던 그는 17년 전 한스 판 마넨에게서 직접 캄머발레를 배웠다. "한스 판 마넨이 제가 연습하는 걸 보고, '순서만 외워서는 안 된다'며 연습실 문을 박차고 나가버린 기억이 나네요. 한참 울고, 죽어라고 연습하면서 점점 깨닫게 되는 작품이었죠." 김지영은 그 경험을 통해 음악에 끌려가지 않고 음악을 발레 움직임에 적절히 쓰는 방법, 강한 내면을 춤으로 이끌어내는 방법 등을 체득하게 됐다. 캄머발레의 동작은 심플해보이지만 결코 단순하게 표현해서는 창작자의 의도를 읽을 수 없는 무용이 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캄머발레는 스토리가 없는 30여분의 짧은 작품이다. 8명의 무용수들이 나와 2인무를 추게 되는데, 수많은 인간 관계를 춤을 통해 표현한다. 남녀 무용수가 2인무를 춘다면, 그 춤으로 표현해내는 관계가 곧 이야기라는 안무가의 생각 때문이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