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9일' 황금연휴에 유럽여행 몰릴 줄 알았는데…'반전'
입력
수정
"추석에도 해외로 간다"매년 명절에 해외여행을 다녀온다는 40대 직장인 최모 씨는 올해 추석 연휴에도 베트남으로 가족 여행을 떠난다. 이틀 연차를 사용하면 총 9일간 쉴 수 있어서다. 최 씨는 "유럽 여행도 생각했지만 추석 당일 성묘를 마치고 떠날 예정이라 가까운 곳으로 간다"고 말했다.
여행수지 '최악적자' 이유 있었네
추석 연휴 120만4024명 출국 예상 "역대 최다"
"7말8초 성수기 대비 20% 가량 늘어"
상반기 여행수지 64억8000 적자
오는 추석 연휴에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연휴와 이어지는 19~20일 이틀 연차를 내면 최대 9일까지 쉴 수 있는 황금연휴인 데다 올 여름 늦게까지 이어진 폭염에 휴가를 미룬 직장인들의 여행 수요가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11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여행 예약률은 7~8월 성수기보다 높다. 장기 연휴에도 동남아 일본 중국 등 단거리 여행지 중심으로 수요가 몰렸다. 추석 연휴를 시작으로 국내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숙박할인권과 임시공휴일 지정까지 했지만 해외여행 수요를 국내여행으로 돌리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여행수지 적자 흐름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추석 연휴 기간 주요 여행사의 해외여행 예약률은 여름 성수기보다도 오히려 20%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과 비교하면 3~20% 늘었다. 일부 지역에선 전년 대비 300%를 넘는 증가 폭을 보이는 등 연휴기간을 이용한 해외여행 수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예약 비중은 동남아가 1위다. 이어 일본 중국 순으로 단거리 여행 선호가 두드러졌다.
교원투어 관계자는 "이번 추석 연휴는 고물가 영향으로 여행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본과 중국, 동남아, 남태평양 등 단거리 여행지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추석 연휴가 가까워질수록 베트남과 태국, 대만 등의 예약률이 빠르게 오르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단거리 여행 비중이 높게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연차 사용 여부에 따라 최장 9일을 쉴 수 있어 장거리 노선도 인기다. 주요 여행사의 유럽과 미주, 지중해, 호주행 항공 좌석도 공급석 기준 대부분 소진됐다. 추석 연휴 기간 공항 이용 여객 수는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13일~18일 120만4024명(일평균 20만671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역대 추석 연휴 최다 기록이다. 직전 최고 기록은 2017년 추석 연휴로 일평균 18만7623명이었다. 올해 예측치는 이보다 7%가량 늘어난데다 지난해와 비교해 11.6%,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추석 대비 11.8% 증가했다.앞서 상반기 해외로 나간 국민은 1402만명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770만명)보다 82.1% 많았다.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은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해 93.4% 수준까지 회복했고 한국을 찾은 관광객도 91.3%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다만 씀씀이는 다소 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이 쓴 여행 지급은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해 89.2% 수준으로 늘었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에서 쓴 여행 수입은 75.4% 회복하는 데 그쳤다. 한국은행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여행수지 적자는 64억8000만달러로 상반기 기준 2018년(-78억3000만달러)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적자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국내에서 소비한 여행 수입은 78억4000만 달러에 그쳤고, 내국인이 외국에서 쓴 여행 지급은 143억2000만 달러에 달했다. 여행수지는 우리국민이 해외여행에서 지출한 금액(여행지출)과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에서 지출한 금액(여행수입) 차이를 나타낸다.
7월에는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늘면서 -12억6000만달러를 기록해 적자폭을 키웠다. 한은은 해외여행 성수기인 8월까지 여행수지 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정부는 연휴기간 내수 활성화를 위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비수도권 지역 대상 숙박쿠폰을 50만장 배포하고 있지만 해외여행 수요를 국내 여행으로 끌어들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선 성수기 바가지 물가와 잇따른 서비스 품질 논란으로 국내 여행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다양한 국내 여행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두 자녀를 키우는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아이와 함께 국내 여행을 할 땐 교통편과 숙소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제주도나 강원도, 부산처럼 접근성 좋고 숙소가 많은 관광 활성화 도시만 찾게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만 집중되고 있는 관광 수요를 다른 지역으로도 확장 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지역에 특화된 관광 상품 개발을 통해 여행 매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