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이게 된다고요?"…CGV 갔다가 놀란 이유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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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11일부터 상영관 매점서 떡볶이 팔아영화 볼 때 팝콘만 먹는 건 옛말이 됐다. CGV에선 이제 김치볶음밥은 물론 떡볶이까지 즐기며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됐다.
네티즌 "좌석 넓이 애매한데…" 갑론을박
CGV 측 "고객에 다양한 메뉴 제공 위해 마련"
CGV는 오는 10월 31일까지 '씨네밀'을 선보인다고 밝혔다.기내식 형태로 제공되는 씨네밀은 떡볶이(6000원), 불고기 김치볶음밥(8500원), 소시지 에그브런치(8500원), 소고기 버섯죽(8000원), 비프스튜(9500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 강변, 건대입구, 구로, 대학로, 동대문, 명동, 여의도, 왕십리, 용산아이파크몰 등 100여개 지점에서 판매된다.CGV의 색다른 이벤트 취지는 팬데믹 이후 발길이 뜸한 관객을 끌어들이면서 컨세션 매출 증대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이번 이벤트는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기 위해 CJ제일제당과의 협업을 통해 기획됐다"고 밝혔다.
팬데믹 이후 영화 업종은 회복세로 돌아섰다고는 하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성장으로 여전히 완전한 반등궤도에 진입했다고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J CGV의 입장권 판매는 2022년 반기 62%에서 2024년 반기 56.4%로 줄었다. 반면, 팝콘·음료·간식 등 식음료를 판매하는 컨세션 부분 매출은 15.6%에서 17.7%로 늘었다. 이런 가운데 티켓가격 인상을 통한 실적개선은 여론 악화 등으로 더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이에 따라 극장은 영화만 관람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넘어 관객에게 보다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공간 사업으로 확장을 시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식음료(F&B) 부분의 강화는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영화만 보려면 '집에서 OTT로 보지'라는 인식이 만연한 시대가 됐다"며 "영화관은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이른바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엔 백화점도 물건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백화점에 오고 싶고, 머무르고 싶고, 즐기고 싶게 하다 보면 매출도 덩달아 올라갈 것"이라며 "극장 관객이 어떠한 경험과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지 연구를 통해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하지만 극장 내 식사류 판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CGV에서 음식을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오자 "영화관 좌석은 뭘 올려둘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라며 "기껏해야 콜라 하나 꽂으면 팝콘 둘 자리도 애매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음식 들고 가다가 바닥에 흘리거나 옆좌석에 피해줄 수도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영화관은 영화를 보는 곳이지 온갖 음식 냄새 맡으며 영화 보긴 싫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옛날에 떡볶이 같이 냄새나는 음식 들고 극장 가는 게 매너냐 아니냐 논쟁이 많았는데 이제 합법적으로 먹을 수 있는 것 아니냐", "영화 보기 전에 따로 밥 안 먹어도 되니 데이트 비용도 줄이고 일석이조", "가격도 합리적인 편" 등의 호응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CGV 측은 "우려 사항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영화를 보며 음식을 먹는 행위가 입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상영관 내부보다는 외부 취식 공간에서 취식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등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