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메마르는 증시 투자금…"소규모면 원금 보장도 해줘야"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인구 고령화와 자본시장'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제공
“65세 이상 인구 금융투자 자산 비중이 1% 미만입니다. 고령 인구가 많아질수록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크게 감소할 것입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1일 서울 소동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블룸에서 열린 개원 27주년 기념 콘퍼런스에서 “고령자의 투자 수요를 충족시킬 다양한 상품 개발과 불완전 판매에 대한 신뢰성 제고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구 고령화와 자본시장’을 주제로 열린 이날 콘퍼런스에는 황 위원을 포함해 마이클 할리아소스 독일 괴테대 거시금융학과 교수,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노무라 아키코 노무라자본시장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등이 발표에 나섰다.

"투자 자문인 조언이 고령층 유입 줄인다"

황 위원은 신탁제도 개선을 고령자 금융투자를 늘릴 방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신탁업 라이선스의 다양화, 업무 위탁 규정 이원화, 그리고 가족 신탁과 같은 고령자 특화 상품이 더 늘어야 한다”며 “동시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거나, 소규모 자산이면 원금 보장까지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신탁업자들의 의무 준수 원칙을 보완하고, 불완전 판매로 인해 손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하면 구제법을 보강해 자본시장 신뢰도를 늘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 영역에서 주택연금 보증 비용을 현실화하고, 점차 고령화하는 기업 경영진의 은퇴 문제도 정부가 중요하게 받아들여 사업 승계 지원 계획 등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할리아소스 교수는 “전문 자문인의 보수적 조언이 고령층의 자본시장 유입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단 나이가 많더라도, 사회적으로 어울리는 집단 수준에 따라 금융투자에 대한 수요는 다를 수 있다고 했다. 교육 및 지식 수준이 높은 이웃을 두고 있을수록 투자에 대한 관심 자체는 계속된다고 했다. 다만 이보다 영향력이 큰 전문 자문인에겐 문의하는 내용이 달라진다는 분석이다. 할리아소스 교수는 “고령층에 부유할수록 60~65세 사이의 투자 전문가의 전문 자문을 받을 확률이 높았다”며 “이들은 모두 위험 노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투자의견을 주고 받는 경향을 보인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DC형 확대"…사적연금 활성화 택한 日

최근엔 60대 이상 인구에서도 근로소득을 포기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소액이라도 일자리를 얻어 연금 소득과 함께 소비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풍경으로 자리했다. 김 위원은 “64세를 정점으로 개인들의 총자산 규모는 정점에 달하지만, 75세 이후에도 이 자산의 54%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소진 규모는 크지 않다”며 “부동산 보유 비중은 69%로 압도적이고, 소비 규모도 개인의 근로 소득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현재의 연령별 자산 보유 패턴이 유지된다면, 위험자본 공급 약화는 명약관화라고 짚었다. 그는 “고령가구는 생활비가 모자라면 투자를 늘리기 보다는 소비 규모를 절반 가까이 줄여버리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부동산의 연금화 촉진을 중심 정책으로 놓고, 자산의 효율적 분배도 제도적으로 보조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적연금 활성화도 고령화 시대의 해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노무라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은 20년 전 본격적인 연금 개편을 시작해 현역 세대가 부담하는 보험료를 올리고, 퇴직자의 보험금 수령액을 낮추는 작업을 실시했다”며 “개인 지급액은 결국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때문에 일본은 투자자 개인이 스스로 연금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행위 자체를 지원하는 제도가 구축돼 있다고 했다. 국내서도 활성화 중인 확정 기여형 연금(DC) 제도가 대표적이다. 일본은 이미 2001년에 이를 도입하고 시장을 키워왔다. 그는 “운용 결과에 따라 연금 수령액이 변하기 때문에 금융투자 형태에 따라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각종 비과세 혜택이 존재하고, 연말에도 중소기업 직원들의 가입을 촉진할 다양한 제도를 증권업협회 차원에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