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30년 컬렉션' 돈 되네…현대百·LG·MLB까지 러브콜

비즈 스토리

조던 실착 농구화·르브론 유니폼
노벨상 메달·英다이애나비 베일…
희귀 소장품 50만점 보유 관심
"돈 줄테니 전시를" 국내외 요청
이랜드뮤지엄, 위대한 농구선수 75인 전
지난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영국 다이애나비가 ‘세기의 결혼식’에서 착용한 웨딩 베일, 엘리자베스 2세의 무도회 드레스 등 해외에서도 보기 힘든 왕실 소장품이 전시됐다. 이랜드그룹의 이랜드뮤지엄이 ‘퀸즈 컬렉션’이란 타이틀로 주최한 이 전시엔 한 달간 4만여 명이 다녀갔다.

이랜드뮤지엄이 50만 점에 달하는 방대한 컬렉션을 앞세워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세계적 팝스타들의 소장품,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선수들의 유니폼, 영국 왕실 보석·의상 등 시대와 국가, 분야를 아우르는 컬렉션을 보유한 덕에 다른 유통사, 지방자치단체 등의 ‘러브콜’도 받고 있다.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해야 매장과 행사장을 찾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한 영향이다.

○돈 벌기 시작한 ‘컬렉션’

마이클 조던 챔피언시즌 농구화
11일 이랜드뮤지엄에 따르면 올 들어 유통·레저사, 지자체 등으로부터 협업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비결은 지난 30년간 전 세계에서 모은 희귀 소장품 50만 점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약 43만 점,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60만 점과 비교하면 단일 기업 컬렉션으론 이례적인 규모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여섯 번의 챔피언십 우승 때 신은 농구화, ‘팝의 제왕’ 마이클 잭슨이 문워크 공연에서 입은 재킷,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사이먼 쿠즈네츠의 노벨 메달 등 카테고리도 다양하다.

이들 소장품은 이랜드그룹이 1990년대부터 모으기 시작했다. “한국도 유럽처럼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선진국이 되면 문화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창업주 박성수 회장의 뜻을 반영했다. 국내외 수장고 세 곳에 보관돼온 이랜드 컬렉션이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건 올해부터다. 유통사들이 대여료를 주고 이랜드그룹 소장품을 빌려 가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 등 유명 선수들의 실착 유니폼을 전시한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을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연 게 대표적이다. 농구 팬 2만여 명뿐 아니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유명인도 방문하며 전시가 2주간 연장됐다. 이랜드뮤지엄 관계자는 “보통 대관료를 내고 전시하는 게 일반적인데 오히려 ‘돈을 줄 테니 컬렉션을 전시해달라’는 요청이 적지 않다”고 했다.

○“마곡에 보이는 수장고 세울 것”

마이클 잭슨 무대 의상
엘리자베스 테일러 반지
해외에서도 이랜드 컬렉션을 주목하고 있다. MLB 등에 속한 유명 스포츠 구단이 이랜드와 컬렉션을 활용한 다양한 협업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 전북 익산시 등 지자체도 관광 및 집객효과를 노리고 이랜드 소장품을 빌려 간다. LG헬로비전이 운영하는 뮤지엄엘은 개관전으로 이랜드 컬렉션을 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랜드뮤지엄은 테마파크 계열사 이월드에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영화 속 실제 소품을 전시해 16만여 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는 등 관계사 실적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컬렉션을 중장기적으로 K관광의 핵심 콘텐츠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서울 마곡동에 들어설 그룹 연구개발(R&D)센터에 국내 최대 규모의 보이는 수장고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