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동산 전고점 돌파…한은 "가계부채 비율 다시 오를 것"

한국은행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가계부채 비율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2년 이후 나타나고 있는 완만한 하락 추세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른 요인으로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있는 가운데 거시건전성 규제가 완화되고 정책금융이 확대된 점을 꼽았다.

12일 한은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최근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상황에 대해 이같은 평가를 내렸다. 현재 서울 명목 주택가격은 지난 2021년 고점의 90%를 회복한 수준이다. 서울 서초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전고점을 이미 돌파했고, 주택시장 위험지수는 '고평가' 단계에서 또 상승하고 있다.한은은 이같은 부동산 과열이 가계부채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지난 2022년 이후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완만히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최근 가계대출 추이를 고려하면 이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3분기 99.3%이던 가계부채비율은 지난 1분기 92.1%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최근 5조~6조원 가량의 가계대출이 나타난 점을 감안해 추정한 결과 올 4분기 가계부채비율은 92.6%까지 다시 상승할 것으로 추산됐다. 8월 가계대출이 9조원 넘게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부채비율 상승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같은 부동산 시장 흐름이 나타난 이유로는 서울 등의 신축 아파트 공급부족, 비아파트 기피에 따른 수급불균형 우려, 금리인하 기대 등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 규제 완화 및 정책금융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이같은 주택 가격 상승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켜 경기를 진작하는 공식이 한국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은은 "주택가격 상승은 이론적으로 건설투자 증가, 부의 효과 등을 통해 경기를 진작시키지만, 한국은 주택가격과 건물 투자 간 연계성이 낮고 높은 가계부채비율 등으로 부의 효과도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직격했다. 오히려 주택가격 조정 과정에서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보고서를 총괄한 황건일 한은 금통위원은 "주택가격 상승에 연계된 가계부채 비율이 이미 금융부문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성장을 제약하는 수준으로 높아져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더디게 회복하고 있는 내수와 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며 "금융 안정과 경기 흐름의 개선이라는 목표의 상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리 인하가 양쪽에 미치는 영향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판단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