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성취·해악 모두 살펴야"…노벨상 받은 경제학자의 고백

美 경제학자 앵거스 디턴 신작
출간
경제적·정치적 논쟁의 역사 통해
'불평등의 땅' 오늘날 미국 조명
신작 <좋은 경제학 나쁜 경제학> /사진=한국경제신문 제공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앵거스 디턴의 신작 <좋은 경제학 나쁜 경제학>(한국경제신문)이 지난 9일 출간됐다.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인 디턴은 이 책을 통해 미국 사회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미국이 '불평등의 땅'이 된 데 경제학과 경제학자가 어떤 과오를 저질렀는지 총 11개의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저자는 책 서문에서 "경제학과 경제학자들이 성취해 낸 점과 해악을 끼친 점, 두 가지 모두를 이야기할 것"이라며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윤리 문제에 대한 너무나 이상한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으려고 한다"고 고백한다.

가령 '패스트 푸드와 최저임금'을 다룬 장은 199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최저임금 논쟁을 다룬다. 당시 경제학자 데이비드 카드와 앨런 크루거는 데이터 분석과 사례 조사를 통해 최저임금의 소폭 인상은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 수준과 무관하다는 결론을 끌어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사회에 치열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패스트푸드 업계와 우파 경제학자의 반대가 격렬했다. 저자는 카드와 크루거의 입장을 지지하며 "오늘날 일부 고용주들이 임금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저학력 미국인 노동자의 생활 수준이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하나의 원인"이라고 일갈한다.이밖에 빈곤의 원인과 해결 방법에 관한 논쟁, 소득과 자산 그리고 건강 불평등 문제, 미국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 등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 앵거스 디턴 / 사진=한국경제신문 제공
학술적 성격이 강했던 저자의 이전 저서들과 달리, 이 책은 경제학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아도 된다. 학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친 여러 경제학자의 삶과 이론을 보다 쉽게 다루고 있어서다. 또 경제학에 관심이 있다면 학계 내에서 있었던 첨예한 이론적·정치적 논쟁의 역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지난해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경제학자뿐만 아니라 철학자 피터 싱어, 퓰리처 수상 작가 매슈 데즈먼드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가 이 책을 추천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