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태 선수 "나라 지키려고 익힌 사격 실력, 올림픽서 발휘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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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 특전사 출신 패럴림픽 동메달 서훈태 선수파리 패럴림픽 10m 공기소총 종목에서 동메달을 딴 서훈태 선수(39)는 2008년까지 제9공수특전여단에서 복무한 특전사 부사관 출신이다. 공수 훈련 중 수상정에서 떨어졌다. 척추(경추)를 다쳐 지체장애 1급이 됐다. 다치기 전까지 그는 마라톤, 철인 3종 경기를 즐기던 ‘운동광’이었다. 남들보다 못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서 선수는 다친 뒤 2년 동안 병원 밖을 나가지 않았다.
공수훈련 중 사지마비 장애
코오롱 지원, 선수 전환 '큰 힘'
尹대통령 "한 편의 감동 드라마"
달라진 계기는 장애인 탁구 국가대표 선수들을 마주친 뒤였다. 2010년 대전 보훈병원 근처에서 합숙 훈련을 하던 탁구 국가대표 선수들을 보고 희망을 품었다. 이후 약 6년간 장애인 럭비와 장애인 탁구를 병행했다.두 종목을 거친 서 선수는 2018년부터 스포츠 사격에 천착했다. 럭비와 탁구는 신체 조건에 딱 맞지 않았고, 재능이 없다는 생각도 자주 했다. 서 선수는 결국 군 생활에 들었던 소총을 다시 잡았다. 스포츠 사격용 소총은 무게와 방아쇠 압력, 반동 등에서 군용 총과 달랐다. 특전사 출신인 서 선수도 익숙함보단 낯섦을 느꼈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동 코오롱스포렉스에서 만난 서 선수는 “주말도 반납하고 매일 약 200발을 격발하며 연습에 힘을 쏟았다”며 메달을 딸 수 있었던 비결을 설명했다.
서 선수는 지난달 31일 공기소총 결승전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다. 서 선수는 경기 중반인 16발째까지 1위를 지켰지만, 후반에 흔들리며 3위로 마무리했다. 서 선수는 “평소 격발을 천천히 했는데, 그날따라 제한 시간이 적힌 시계를 보면서 정신력이 흔들렸다”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격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쉬움이 남지만 다음 대회에는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한다”며 “계속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서 선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패럴림픽 선수들에게 축전의 메시지를 보내며 언급한 당사자로도 화제를 모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SNS를 통해 “특전사 복무 중 부상으로 장애를 입은 사격 서훈태 선수의 동메달은 그 자체로 감동의 역전 드라마”라고 평가했다. 이달 10일 국무회의에서도 “특전사에 근무하다가 장애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격에 출전한 서훈태 선수 등 모두가 기적의 주인공”이라고 격려했다.서 선수가 사격 선수로 자리 잡은 데에는 코오롱의 지원도 한몫했다. 사격 은 연습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사격에 필요한 휠체어 모델과 사격 장비, 탄환, 사격장 대여비 등을 합치면 500만~600만원이 훌쩍 넘는 스포츠다. 개인 차원에서 계속 유지하기 어려운 비용이다. 서 선수는 “2021년 코오롱 선수단에 입단하면서 여유가 생겼다”며 “이번 패럴림픽 때도 코오롱 스포츠단 직원들이 파리까지 와 숙소 이동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덕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