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그린 것 같은데…'이것' 사려고 MZ 18만명 '광클'

아이파크몰, 국내 최초 ‘나가노마켓’ 팝업 열자
캐릭터 팬 수만명 몰려…하루 매출만 1억원 넘어
아이파크몰 용산점에서 열린 나가노마켓 팝업에 입장하기 위해 대기 중인 인파. 사진=아이파크몰 제공
동그란 얼굴에 대충 그린 이목구비가 얼핏 어설픈 것 같은 캐릭터가 18만명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광클’ 대란으로 이끌었다. 국내에서 일본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나가노의 캐릭터 상품 판매점 ‘나가노마켓’ 팝업스토어(팝업)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리면서다.

나가노마켓에선 일본 인기 캐릭터 ‘먼작귀’ 굿즈를 판다. 먼작귀란 일본 만화의 줄인 말인 치이카와를 한국어로 표현한 단어인데 ‘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대충대충 휘갈겨 그린 것 같은 ‘B급’ 캐릭터이지만 이 캐릭터를 창작한 작가 나가노의 X(옛 트위터) 계정 팔로워는 326만명이 넘는다. 그가 낸 캐릭터 단행본이 지금까지 270만부가 팔렸다. 한국에선 이 캐릭터 굿즈를 사기위해 일본으로 원정 여행을 가는 팬이 있을 정도다. 중장년층은 잘 모르는 MZ세대만의 유행이다. 국내에서 이 캐릭터 상품 팝업이 ‘서울 아이파크몰 용산점’에서 처음으로 열렸다는 소식에 MZ 팬들이 대거 몰렸다.
아이파크몰 용산점에서 열린 나가노마켓 팝업 내부. 사진=안혜원 기자
13일 아이파크몰 용산점이 운영하는 팝업스토어 나가노마켓 앞에는 평일에도 수십 명씩 대기 줄이 늘어서 있다. 다양한 캐릭터 굿즈를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구매를 위해 20~30대 방문객들이 줄을 서 기다리는 것이다. 이날은 사전에 예약자만 팝업 내부를 방문할 수 있었는데 외부에서 매장을 구경하려는 이들도 많았다.

아이파크몰에 따르면 이 팝업은 지난달 28일 방문 사전 예약을 받으려 예약사이트를 열자마자 접속자 수가 18만명 이상 몰렸다. 지난 6일 팝업 운영을 시작했으며 오는 20일까지 진행한다. 6~13일은 사전 예약을 한 고객만 매장에 입장할 수 있는데 이 방문권을 예약하려고 수많은 인원이 일시에 몰린 것이다. 사전 예약은 전 시간대 마감된 상태다.아이파크몰에서 이 팝업을 기획한 까닭은 MZ고객 유치를 위해서다. 이 팝업은 하루 10회, 한 회당 150명의 고객을 받는다. 팝업으로 인해 유치할 수 있는 하루 인원만 하루 1500명에 달한다. 팝업을 진행하는 기간 동안 몰을 찾는 인원을 단순 추산해보면 대략 2만명이 넘는다. 사전 예약기간이 끝나고 현장에서 줄을 서 방문하는 기간에는 더 많은 인파가 팝업을 찾을 수 있다. 하루종일 몰에 머무르면서 식사를 하고 물건을 사는 MZ세대 특성상 2주간 팝업을 방문해 아이파크몰 내부를 돌아다니는 유동인구만 수만명이 느는 셈이다.

팝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매출도 ‘덤’이다. 팝업 기간 중(12일까지 기준) 1인당 최고 구입액은 200만원이었다. 제품 당 구매수량이 제한돼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행사장에 비치된 거의 모든 상품을 쓸어담은 셈이다. 아이파크몰 측은 팝업 기간 동안 벌어들일 수 있는 매출을 14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하루에 1억원씩은 벌어들인다는 얘기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캐릭터 굿즈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여느 명품 못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안혜원 기자
이처럼 몰이나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은 캐릭터 팝업 유치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어린 시절 만화 영화를 보고 자란 MZ세대에게 익숙한 만화, 캐릭터들로 팬층을 쉽게 모을 수 있는 데다, 워낙 충성도도 높다보니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흥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파크몰 용산점은 지난해 9월 닌텐도 굿즈 팝업으로 히트를 쳤다. 당시 행사장에는 하루 평균 1만명의 인파가 몰리는며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다. 팝업 고객에 힘입어 아이파크몰 용산점은 지난해 10월 월매출 46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6년 오픈 이후 최대 월매출 기록이다.현대백화점에서도 코난, ‘하이큐!!’, ‘원피스’, ‘주술회전’ 등 인기 만화·애니메이션 팝업을 줄줄이 선보이는 중이다. 5월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하이큐 팝업은 개장 첫날 5000명 이상 대기가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6월 열린 원피스 팝업도 하루 평균 3000명 이상의 대기 인원이 몰렸다.

신세계백화점도 부산 센텀시티점에서 일본 캐릭터 헬로키티 50주년 기념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롯데는 지난 4~5월 롯데월드타워와 몰 일대를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 캐릭터와 관련된 부스와 체험 공간 등으로 꾸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캐릭터 팝업은 유독 객단가가 높은 편”이라며 “충성도 높은 팬들의 구매력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집객 효과까지 노릴 수 있어 캐릭터 팝업은 비용 대비 효과가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