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상품명에 프리미엄 쓰지마라" 금감원의 과도한 ETF 규제

'투자자 현혹' 좋은 단어 금지
투자업계 '커버드콜' 위축 우려

양병훈 증권부 기자
올해 펀드 시장의 최고 히트 상품은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다. 상장 상품의 순자산총액(AUM)은 연초 7400억원에서 최근 4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새 상품을 내놓으면서 상장 중인 23개의 절반이 넘는 13개가 올해 출시됐을 정도다.

그런 커버드콜 시장이 갑자기 규제의 대상이 됐다. 이렇다 할 사고가 터진 것도 아니다. 금융당국은 “현 커버드콜 상품의 명칭이 금융 소비자에게 오해를 줄 수 있으니 이를 바꾸라”고 하고 있다. 당국의 상품명 변경 요구는 구체적으로 “목표 수익률을 표기하지 말라”와 “‘프리미엄’처럼 ‘좋다’는 느낌을 주는 단어를 쓰지 말라”로 요약된다. 프리미엄 등의 표현 대신 ‘1호’ ‘2호’와 같은 의미 없는 숫자나 ‘나스닥100’ 등 투자 대상을 알려주는 단어만 상품명에 넣으라는 것이다.이 영향으로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는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타겟커버드콜2호’로 이름을 바꾸게 됐다. ‘KODEX 미국30년국채+12%프리미엄(합성 H)’은 ‘KODEX 미국30년국채타겟커버드콜(합성 H)’로 바뀐다.

목표 분배 수익률 표기를 빼는 이유에 대해 당국은 “이 숫자가 확정 수익률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산운용업계가 “상품명에 ‘타겟 프리미엄’이라는 표현을 넣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지만 이 또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프리미엄은 옵션 수수료(커버드콜 투자자 입장에서는 분배금 수입)를 의미하는 단어지만 ‘좋다’는 뜻으로 잘못 이해될 수 있어 안 된다는 것이다.

투자업계에선 이 규제에 대해 다소 뜬금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비자를 속이는 편법 마케팅은 막아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개인들이 이 ETF에 있는 ‘타겟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를 오해하고 여기에 현혹돼 해당 ETF에 투자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투자업계의 주장이다.

당국의 조치에 대한 후속 작업을 하고 있는 한국거래소는 같은 이유에서 플러스, 인핸스드(enhanced: ‘향상된’이라는 뜻) 등의 단어 사용도 불허했다. 이런 논리라면 플러스나 인핸스드, TOP 등의 단어를 쓴 일반 ETF도 이름을 바꿔야 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좋다’는 뜻을 상품명에 써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곧 나올 ‘밸류업’ 지수 관련 상품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한 투자자는 “지금까지는 상품명에 있는 ‘몇 %’ 표기를 보고 그 상품의 분배금 목표 수익률을 알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다”며 “투자자의 불편이 오히려 커질 것”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이 커버드콜에 대한 다른 규제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