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 진짜 큰일났다…"이러다 파산할 판" 난리 난 이유 [현장+]

인기 캐릭터 '티니핑'이 '파산핑'이 된 이유
굿즈 '가격'보다 '다양한 종류'가 부담 원인
'수집형' 원작 만화…캐릭터만 100개 넘어
내달 새 시즌 방영 예고…부모들 "큰일 났네"
서울 시내의 한 장난감 매장에 전시된 티니핑 장난감들 / 사진=성진우 기자
"집에 피규어 한 20마리 있어요. 딸 둘이라 10마리씩 갖고 있는 거죠. 이런 데 오면 무조건 피규어 하나씩은 사줘야 해요. 수십마리 되기 전에 다른 장난감으로 갈아타거나 졸업했으면 해요."

13일 정오께 경기 용인시 스타필드 마켓 죽전점 1층. '캐치! 티니핑'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6살 쌍둥이 딸 아빠 30대 김모 씨는 이같이 말하며 웃었다. 그는 "팝업스토어에 오면 아이들이 사고 싶었는데 못 샀던 피규어가 있거나, 지난번에 정가였던 피규어가 20~30%가량 할인하는 경우가 있다"며 티니핑 완구를 사게 되는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이번 행사는 내달 방영 예정인 TV 시리즈 '캐치! 티니핑'의 다섯 번째 시리즈인 '슈팅스타 캐치! 티니핑 시즌5'의 방영 소식을 알리는 자리였다. 아직 방영되지 않은 시즌5의 컨셉으로 포토존이 꾸며져 있어 어린 '캐치! 티니핑' 애청자들에게 인기였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는 온라인으로만 공개된 시즌5의 새로운 캐릭터 '초롱핑', '빛나핑', '반짝핑'의 존재를 알고 찾아온 아이들과 부모도 더러 있었다.

5세 딸과 함께 방문한 30대 이모 씨는 "오늘 처음 온 게 아니다"라면서 "장 보러 올 때마다 시즌5가 시작하길 학수고대하는 딸과 매번 구경하는 상황"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파산핑'이라는 말이 나올 법한 게, 장난감이 대체로 작고 캐릭터가 다양해서 그렇다"며 "다른 장난감들은 비싸고 부피가 큰 것에 반해 티니핑 피규어는 1만원이라 저렴한 듯한 느낌이 들지만 아무리 사도 아이의 티니핑 궁전을 채우지 못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집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작다 보니 계속 사주게 된다는 설명이다.

2020년부터 벌써 시즌5, "언제까지 늘어날까 두려워"

2020년 방영을 시작한 TV 시리즈에 이어 '사랑의 하츄핑' 영화까지 인기를 끌면서 주인공인 '티니핑' 관련 굿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선 "만화 캐릭터 종류가 너무 많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격이 과하게 비싸진 않지만, 자녀가 캐릭터를 수집하는 통에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13일 경기 용인시 스타필드 마켓 죽전점 '캐치! 티니핑' 팝업스토어 / 사진=김영리 기자
'캐치! 티니핑'은 주인공이 지구 곳곳에 흩어진 티니핑들을 모으는 것 자체가 줄거리인 '수집형' 애니메이션이다. 시즌1~4까지 등장한 티니핑 캐릭터만 총 107종에 달한다. 지적 재산권(IP)을 활용한 각종 굿즈와 장난감 상품도 종류가 다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음 달 신작이 나오면 완구는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부모들에 따르면 '티니핑 개미지옥'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티니핑 캐릭터계의 '빅4'인 '하츄핑', '포실핑', '샤샤핑', '말랑핑' 피규어 구매로 입문한다. 8000~1만원 상당이다. 피규어가 여럿 모이면 5만원짜리 궁전을 산다. 궁전을 가득 채우기 위해 피규어를 추가로 구매한다. 궁전이 꽉 차면, 다시 새로운 궁전을 사면서 반복된다.

'파산핑'(파산+티니핑), '등골핑'(등골+티니핑)이란 말이 단지 '비싸서' 나오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최근 서울 시내의 한 장난감 매장에서 판매 중인 티니핑 관련 완구와 다른 인기 캐릭터 완구를 비교해보니 가격 차이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티니핑 제품이 더 저렴했다. 인기 TV 시리즈인 '시크릿쥬쥬'와 티니핑 피규어의 가격은 1만원대로 비슷했다. 디즈니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IP를 활용한 피규어 제품보단 절반가량 저렴했다. 완구의 경우는 시크릿쥬쥬 '화장 가방'(6만5900원)이 티니핑 '아이스크림카'(5만6900원)보다 9000원 더 비싸기도 했다.
서울 시내의 한 장난감 매장에 전시된 티니핑 피규어 / 사진=성진우 기자
이날 만난 40대 주부 이모 씨도 "아이들 장난감 자체가 전체적으로 다 비싸서 그런지 인기에 비해 티니핑 제품만 엄청 고가인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녀가 티니핑의 광팬이라는 30대 박모 씨는 "티니핑 장난감의 무서운 점은 바로 아이들이 수집가가 되게 한다는 것"이라며 "겉보기에 캐릭터가 비슷해 보여도 헤어스타일과 액세서리가 저마다 다르다. 아이들은 이미 하츄핑을 가지고 있어도 또 다른 하츄핑을 사달라고 조른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티니핑 IP의 핵심인 '다양성'이 굿즈 마케팅에 전략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티니핑처럼 캐릭터의 종류가 많은 IP의 경우 자연스럽게 수집이 일종의 마케팅 포인트가 된다"며 "소비자의 수집 욕구를 지속시키기 위해서 오히려 적당한 가격을 유지하는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유사한 특징을 가진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도 비슷한 전략을 취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성진우/김영리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