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이 '이례적'으로 금융사 인도 진출 지원 나선 이유는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주한 인도대사관, 금융협회와 함께 금융회사 인도 진출설명회를 개최했다. 금융감독원의 영문명 'The Financial Supervisory Service'에 '서비스'라는 말이 들어가긴 하지만, 금감원의 주된 업무는 지원보다는 감독이다. 한 국가를 대상으로 한 국내 금융사의 현지 진출 지원에 나선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번 설명회에는 인도 재무부, 중앙은행, 증권거래위원회, 국립투자인프라펀드 등이 참석해 인도의 금융 인허가 제도와 투자환경 전망 등을 소개했다. 모하메드 아슈라프 재무부 비서관은 은행, 보험 등 주요 금융권역별 성장률 및 외국계 금융기관 진입 현황을 알렸다. 인도 현지점포 개설, 지분투자 등 인도 시장 진입 경로별 특징 및 요건 등도 설명했다.

마노란잔 파디 중앙은행 본부장은 인도 은행 인허가 승인 절차 및 감독체계를 소개했다. 은행과 비은행 금융회사(여신전문회사 등)에 대한 외국인 투자비율, 자금요건 등 진입기준과 함께 인허가 절차와 소요시간 등도 안내했다.

루치 초제르 증권거래위원회(SEBI) 위원은 인도에 대한 외국인의 주요 투자 경로인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FPI) 관련 세부 등록 절차 및 규제를 설명했다. 아울러 인도 금융당국이 공시완화 등 외국인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해 도입한 제도 개선 내용을 설명하고 향후 추진 과제를 공유했다.
국내 금융사에서는 최고경영자(CEO) 및 해외사업 담당 임원 등 140여명이 참석해 금융업 진출 요건, 세금 문제 등 인도 금융산업·규제 등에 대해 문의했다.

인도 경제의 규모와 성장세를 보면 금융사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인도는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는 세계 5위다. 국제통화기금(IMF)는 2026년 인도가 세계 3위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 경제는 내수시장이 안정적이고, 중위 연령이 29세로 노동력이 풍부하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수혜국으로도 꼽힌다. 인도 증시는 8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가총액 10억달러 이상인 기업이 70개로 세계 3위다. 지난해 말 개인 주식투자 계좌 수는 1억4000만개로 4년 전보다 3.4배 늘었다. 한국 금융회사는 은행, 금융투자, 보험, 여신전문 등 12곳이 25개의 현지점포를 운영 중이다. 미국(60개), 베트남(53개), 중국(47개) 등에 이어 8번째로 많은 점포가 위치해 있다. 신한은행은 6개, 우리은행은 3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6개 현지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 인도 점포 총자산 증가율은 2021년 0.8%에서 2022년 8.7%, 2023년 13.6%를 기록하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순이익은 같은 기간 6280만달러, 9090만달러, 8800만달러를 달성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인도의 풍부한 자원과 인력이 한국의 경쟁력 있는 금융서비스와 결합한다면 양국의 새로운 성장 기반이 될 것"이라며 "아시아 금융시장의 균형 있고 견고한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국내 금융사가 진출한 국가의 금융당국과 주한 대사관 등과 소통해 국내 금융사의 원활한 인허가 및 영업활동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