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뭐하는 짓이냐" 분노…난리 난 '트꾸' 뭐길래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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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Z세대 '트레이 꾸미기' 열풍"공항에선 트레이 사진 꼭 찍어 줘야죠. 핵심은 보안 검색 절차를 통과하고 트레이를 반납하기 직전에 촬영하는 겁니다. 유행인데 안 할 이유 있나요."
소지품 반납 트레이 속 물건 찍어
보안 검색대 혼잡해져…누리꾼 뭇매
"SNS서 관련 게시물 1640만개"
TSA "유행 문제 없다…분실 주의"
미국의 한 틱톡 인플루언서가 '트레이 꾸미기 팁'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한 말이다. 영상에는 그가 공항 보안 검색대 앞에서 트레이 속 자신의 소지품을 촬영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최근 미국에서 유행하는 이 트레이 촬영이 보안 검색 절차에 방해된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언으로 풀이된다. 전 세계 공항이 엔데믹 이후 급증한 여행 수요로 붐비는 가운데, 최근 미국 젠지세대(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태어난 인구) 사이에서 '공항 트레이 꾸미기'(airport tray photo·트꾸)가 새로운 트렌드로 번지고 있다.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양해졌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공항의 보안 검색대를 혼잡하게 만든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공항 트레이 꾸미기란 보안 검색대 트레이 속 자신의 소지품을 보기 좋게 배치해 촬영하는 행위를 말한다. 출국을 위해 공항 보안 검색대를 지날 때 플라스틱 상자인 트레이에 개인 소지품을 전부 반납하는 것에서 나온 발상이다.
트레이에 소지품을 빠르게 던져 넣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고가의 선글라스나 알록달록한 색감의 운동화나 향수 등을 깔끔하고 정교하게 배치해 이상적인 여행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가의 명품 지갑이나 가방을 촬영해 과시하는 목적도 있다.여행지가 연상될 법한 액세서리나 외투 등을 올려놓는가 하면 필름 카메라나 일기장을 올려 여행 방식이나 일상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드러내기도 한다. 수년 전부터 유명인들이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가방 속 애장품을 소개하는 '왓츠 인 마이백'(What's in my bag)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끈 것과도 비슷하다.
이달 초 영국 더 미러, 미국 뉴욕포스트 등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해시태그로 올라온 게시물만 무려 1640만개에 달한다. 외신은 젠지세대들이 공항에서 보내는 긴 시간에 재미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소수에서 시작된 '트꾸' 문화가 젊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빠르게 번지자, 기업들도 공항 트레이를 마케팅 요소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위치한 털사 국제공항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여행객들이 어디로 가는지 추측해보라'는 공항 홍보 캠페인을 열고 트레이 사진이 여럿 올렸다. CNN에 따르면 최근 의류 및 가정용품 브랜드 '앤트로폴로지', 책 출판사 '페이버' 등이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트레이에 넣은 연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국의 수납함 브랜드인 '스테커스'는 "이 트렌드를 인지하고 있고, 자사의 여행용 제품과 잘 맞아떨어진다"라고도 말했다.다만 미국 현지 여행객들은 인터뷰와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을 통해 "안 그래도 혼잡한 보안 검색대가 이 유행 때문에 더 복잡해졌다", "보안 절차를 기다리며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받는다", "공항 보안 검색대는 지금도 충분히 붐비고 바쁘다"는 등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다. 원하는 사진을 얻기 위해 소지품 위치를 이리저리 옮기며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으로 인해 보안 검색 절차에 드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지적이다.
CNN방송은 2018년 유럽의 한 연구 결과를 인용해 트레이의 위생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공항에서 세균이 가장 많은 곳이 트레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세균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여행객에게 이 공항 트렌드는 가치가 없다"고 꼬집었다.여러 불만들이 터져 나오자 급기야 미국 교통안전국(TSA)이 입장을 내놨다. TSA는 11일(현지시간) ABC뉴스를 통해 성명을 내며 "최근 이 유행을 인지하게 됐다"면서 "유행이 다른 승객에게 지장을 주지 않는 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진 촬영에 참여하는 동안 여권, 신분증 등 귀중품을 분실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