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황금 연휴'인데…"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죠" 한숨 [이미경의 인사이트]

긴 연휴에도 中企·자영업자 '울상'

'황금 연휴' vs '생존 경쟁' 풍경 양극화
인천공항공사 "공항 이용객 역대 최다"
中企, 자금난에 상여금 지급도 어려워
자영업자 대부분 "연휴에도 영업"
추석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중소기업 종사자와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늘어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해서다. 중소기업계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긴 연휴를 맞아도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 기간 인천국제공항 예상 이용객은 120만4024명(일 평균 20만1000명)으로, 역대 추석 연휴 최다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 최다 기록은 2017년 추석 연휴에 기록한 일평균 18만7623명이다. 인천공항공사가 지난달 1일부터 7일까지 최근 5년 이내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간 적 있는 18세 이상 국민 1270명을 상대로 실시한 ‘2024년 추석 연휴 해외여행 의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11.2%가 연휴 동안 해외로 여행 갈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첫 조사를 실시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19~20일 이틀간 휴가를 쓰면 최장 9일간 쉴 수 있는 만큼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지만 중소기업 종사자와 자영업자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서울 문래동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황모씨는 "대기업 재직 친구들 중엔 연휴 앞뒤로 연차를 쓰는 친구들도 있더라"며 "우리 회사는 연휴로 지정되어 있는 '빨간 날'에만 쉴 수 있어 해외여행을 계획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경기 평택시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모씨 역시 "별도의 상여금은 받지 못했다. 회사 경영 상황이 어렵다고 들어서 기대하진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해외여행까진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아쉬워했다.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중소기업 8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중소기업 추석 자금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자금사정이 지난해보다 곤란하다'는 응답이 25.6%에 달했다. 전체 중소기업 4곳 중 1곳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자금사정이 원활하다'는 답변은 16.0%에 불과했다. 상여금 지급계획이 있는 기업은 47.3%에 머물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영업자 상황도 비슷하다. 평소 영업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휴일에라도 가게 문을 열어 매출을 보전하겠다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알바천국이 이달 초 자영업자 회원 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자영업자의 85.4%가 ‘추석에도 가게를 연다’고 답했다.

서울 명동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연휴동안에라도 가게 문을 열어야 조금이라도 매출을 올리지 않을까 싶다"며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꾼다"고 손을 저었다. 명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 역시 "추석 당일만 쉬고 앞뒤로는 가게 문을 열 것"이라며 "매출이 아주 높진 않을 것 같지만 한 푼이라도 벌겠다는 목표로 해외 여행은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