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계좌 줄줄 녹아 내리나"…증시 '폭탄 전망'에 속타는 개미들

네·카 암운에 반도체 투톱도 휘청
하반기 증시 목표가 '하향 폭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하향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상반기 호황을 누리던 고대역폭메모리(HBM)·전력기기·화장품 등 주도주 장세가 저물고 순환매가 가팔라지며, 정보기술(IT) 대표주를 중심으로 기업별 실적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투자 대안책으론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관련주와 바이오주, 건설주 일부 등이 제시됐다.

반도체株, ‘6만전자·16만닉스’의 늪

18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7월부터 지난 13일까지 증권사 목표주가 하향 리포트는 976건이 발행됐다. 같은 기간 상향 리포트(939건)보다 많았다. 최근 한 달로도 하향이 219건으로 상향(140건) 대비 79건이 많았다. 하반기 하향 리포트 수가 가장 많은 상장사는 카카오(29개)였다. 뒤는 네이버(23개)가 이었다. 카카오는 지난달 삼성증권에서 4만2000원을 최저가로, 네이버는 21만원(다올투자증권) 리포트까지 제시됐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게임과 스토리 매출이 줄고, 인공지능(AI) 서비스의 구체적 방향성도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 역시도 네이버를 두고 “디스플레이 광고 성장률은 회복했으나, 장기 성장 동력이 부족하다”고 짚었다. 카카오와 네이버 주가는 올들어 38.69%, 29.71%씩 하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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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1·2위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망도 어두웠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선제적으로 목표주가를 내린 iM증권을 제외하고,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증권사 9곳에서 하향 의견을 냈다. BNK투자증권의 8만1000원이 가장 낮았고, 대부분이 9만원선을 제시했다. 공통적으로 PC 업체들 메모리 반도체 재고 증가, 중화권 업체들 공급 확대를 약점으로 꼽았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7월 NH투자증권 등을 시작으로 이달에도 DB금융투자, 현대차증권, 메리츠증권 등이 목표주가를 연달아 내렸다. 하반기 최저가는 iM증권(21만7000원)이 제시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가속기 반도체 생산량에 비춰봤을 때, HBM 수급 둔화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13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6만4400원, 16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세 탄 '밸류업'…주택 관련株도 '반짝'

엔터 관련주도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18개)를 필두로 하이브(14개), 와이지엔터테인먼트(13개), 에스엠(10개)까지 4대 대형주 모두에 하향 의견이 줄을 이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2분기 실적 쇼크가 문제시됐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이 93억원으로 시장 추정치인 218억원을 크게 하향했다”며 “10%도 못 미치는 영업이익률이 실망스럽고 향후 마진 회복도 어렵다”고 말했다. 경영진 간 내홍을 겪고 있는 하이브는 하반기 공연 모객 수 증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나머지 상장사의 소속 가수 활동 부족도 우려점이다. 이밖에 타 업권에선 2차전지 상장사 중 LG화학(21개) 에코프로비엠(17개), 게임사 중 카카오게임즈(13개), 엔씨소프트(12개) 등의 실적 추정치 하향이 두드러졌다.

업권별 침체가 짙지만, 목표주가 상승 역시 폭넓은 상장사에서 이뤄진 모습이다. 상향 수 1위는 대표작 ‘배틀그라운드’의 분전으로 3분기 호실적이 예상되는 크래프톤(27개)이 차지했다. 이와 함께 증권사들은 금융지주, 증권 등 밸류업 관련주와 금리 인하 수혜주인 바이오 관련주, 그리고 방위산업체들에 주목했다. KB금융(21개), 신한지주(20개), 유한양행(13개), 한화에어로스페이스(22개), 현대로템(17개) 등의 목표 주가 상승이 뚜렷했다. 상반기 주가가 크게 꺾였던 건설주 일부 전망이 밝아진 점도 특징이다. GS건설(21개), HDC현대산업개발(10개) 등의 상향 의견이 다수 나타났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공통적으로 주택시장 회복세 및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하반기 이들 주가는 각각 27.54%, 42.03% 올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