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업계 '빅4' 채용 마무리…일부는 "CPA 합격해도 일자리 없어" [선한결의 회계포커스]

올해 CPA 수석·최연소 합격자는 삼일PwC로
삼정KPMG는 10년 연속 최다 채용
이른바 '빅4' 회계법인(삼일PwC, 삼정KPMG, EY한영, 딜로이트안진)의 채용 시즌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4대 회계법인은 총 830여명을 채용할 전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공인회계사(CPA) 합격자 중 수석합격자와 최연소합격자는 삼일회계법인행을 택했다.

회계업계 '빅4', 입사예정자 예비소집

13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전날 삼일PwC·삼정KPMG·딜로이트안진은 각각 합격자 예비소집을 열고 입사예정자들을 맞았다. 회계법인은 통상 예비소집일에 입사계약서를 체결해 이 시기에 실제 채용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삼일PwC 예비소집엔 301명이 몰렸다. 입사예정자 명단엔 올해 공인회계사시험 수석 합격자인 김나현 씨(21·연세대 3학년)와 최연소 합격자인 정인서 씨(21·서울대 2학년)도 포함됐다. 삼일PwC 관계자는 "체계적인 실무 교육 시스템과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 등을 고려해 삼일PwC 입사를 택한 우수 인력이 많다"며 "업계를 선도하는 1등 회계법인이고, 보상도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정KPMG는 예비소집일에 306명을 뽑기로 했다. 당초 한국공인회계사협회에 전달한 예정치(280명)에 비해 26명 늘어난 수치다. 삼정KPMG는 빅4 중 채용규모 최다 기록을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삼정KPMG 관계자는 "삼정KPMG는 회계법인의 자산이 사람이라는 점을 중요하게 보고 있어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업계 최다 채용 전략을 10년간 펼치고 있는 것"이라며 "업계에서 유일하게 금융, 소비재, 정보통신(IT), 에너지 등 산업별로 세분화된 전문 감사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보니 특화형 전문가로 자리잡고 싶어하는 인재들이 입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딜로이트안진 예비소집에는 약 110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EY한영은 이날 예비소집을 연다. 앞서 한공회엔 채용 예상 인원을 115명가량으로 전달했다. EY한영 관계자는 "약 120여명을 뽑을 계획"이라고 했다.

10년만에 가장 큰 인력 수요공급 미스매치…"일부는 '미지정' 될 수도"

이에 따라 올해 빅4 회계법인들은 830여명을 채용할 전망이다. 올해 공인회계사 시험 최종 합격인원인 1250명에 비해 420명 적은 수치다. 빅4 채용인원과 공인회계사 합격자 수간 격차가 400명 이상으로 벌어진 것은 지난 10년 내 올해가 처음이다.

그간엔 빅4 채용 목표인원이 당해 공인회계사 합격자 수보다 많은 해가 비일비재했다. 해당 연도 합격자로 채우지 못한 인원은 그 전 합격자로 충원하고, 이 여파로 중소·중견 회계법인은 채용 목표의 절반을 간신히 채우기가 일쑤였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분위기가 달라졌다. 공인회계사 최소선발인원은 꾸준히 늘어난 반면 시장 수요는 그렇지 않아서다.

일각에선 중견회계법인들을 합치더라도 올해 채용 규모가 신규 합격자 수를 밑돌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공인회계사시험 합격자는 일정 기간 실무수습기관에서 근무를 해야 정식으로 전문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합격자들은 주요 기업 감사를 비롯해 실무 경험 기회가 풍부한 4대 회계법인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감독원·한국은행·예금보험공사,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등록된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의 회계·재무부서에서 근무해 수습기간을 인정받을 수도 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감사 일감은 매년 비슷한 수준이고, 딜과 컨설팅부문 일감 물량이 많지 않은 것은 중견·중소회계법인도 마찬가지 사정"이라며 "일부 인원은 미지정 회계사(실무수습기관을 찾지 못한 회계사)로 남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