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영도 반했다" 내놓자마자 완판…2030女 푹 빠진 신발

둥근 앞코·낮은 굽 사랑스러운 ‘메리제인’
스퀘어 토·스트랩 등 디자인 다양화

질바이질스튜어트 메리제인 SNS 바이럴로 완판 행렬
걸그룹 아이브 장원영은 최근 미우미우 2024 가을·겨울(FW) 컬렉션에서 무릎 아래까지 오는 긴 양말에 검정색 메리제인 슈즈를 선보였다. 사진=게티이미지
올 봄·여름 시즌 트렌드로 떠오른 ‘코케트(Coquette) 코어’의 인기가 가을 시즌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불어에서 유래한 코케트는 ‘유혹하는 여성’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20년경 패션계에 등장한 코케트 코어룩은 순수한 소녀의 감성을 나타내는 스타일링을 뜻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공주님 룩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 중 하나가 메리제인 슈즈다. 둥근 앞코에 발등을 가로지르는 끈이 있는 형태의 메리제인 슈즈는 일명 ‘캔디 구두’로 불리는 귀엽고 소녀스러운 감성의 대표 아이템이다. 지난해 발레와 일상복을 혼합한 발레코어(Balletcore) 룩이 유행하면서 발레화와 비슷한 메리 제인이 급부상했는데 올해도 그 인기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장원영·한소희의 패션에서도 메리제인 슈즈는 자주 포착된다.
LF 바가본드 메리제인 Hillary. 사진=LF 제공
걸그룹 아이브 장원영은 최근 미우미우 2024 가을·겨울(FW) 컬렉션에서 무릎 아래까지 오는 긴 양말에 검정색 메리제인 슈즈를 선보였다. 양말과 메리제인 슈즈를 대비되는 색상으로 함께 착용하는 패션은 전세계 Z세대를 휩쓸고 있는 트렌디한 스타일이다. 배우 윤승아나 혜리·한소희 등 패션 센스가 뛰어나기로 유명한 연예인들도 메리제인 슈즈를 패션 아이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패션업체들이 내놓은 신발 중 요즘 판매량 많은 제품을 살펴보면 메리제인 슈즈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 이용층인 질바이질스튜어트(JILL BY JILLSTUART)가 여름 시즌용으로 출시한 클래식 메리제인 ‘마롱’은 늦여름이 지난 현재까지 판매율 상위를 차지하는 베스트셀러다.
SNS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질바이질스튜어트 도로시. 사진=LF 제공
특히 메리제인 슈즈를 스니커즈용으로 디자인한 ‘도로시’는 X(옛 트위터)에서 60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며 SNS 족들 사이에선 입소문이 난 아이템이다. 20대 이용자가 많은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 29CM 등에서 특히 잘 팔린다는 게 LF 측의 설명이다, 청키한 통굽의 플랫폼 슈즈 형태로 클래식한 디자인인 메리제인을 편하면서도 트렌디하게 재해석한 게 젊은 층들에게 인기를 끈 요인이다. 가을이 다가오면서 소재에 변주를 준 제품도 나놨다. 아떼 바네사브루노는 ‘벨벳 메리제인’을 출시했다. 검정색과 분홍색을 적절히 조화한 색상의 벨벳과 앞코의 셔링, 금장 디테일이 코케트 코어룩의 소녀 감성을 구현했다. 특히 MZ세대의 수요를 이끌어내기 위해 ‘신꾸(신발 꾸미기)’가 가능한 진주 참을 신발 뒷면과 옆면에 달았다.
배우 송혜교가 핏플랍 델리카토 메리 제인 실버를 착용한 모습. 사진=LF 제공
이밖에 북유럽 감성의 스웨덴 브랜드 바가본드(VAGABOND)에서는 스포티한 스트랩이 특징인 발레리나 메리제인 ‘힐러리(Hillary)’도 스포티와 로맨틱이 어우러진 믹스매치 슈즈로 잘 알려져 있다. 영국 신발 브랜드 핏플랍은 앰버서더 송혜교가 직접 선택한 ‘델리카토 메리 제인 실버’를 주요 제품으로 내세웠다. 각진 앞코 디자인에 매끈한 실버 색상이 세련된 디자인을 선호하는 송혜교의 관심을 끈 것으로 전해졌다.

명품 브랜드들도 메리제인 슈즈의 인기를 겨냥해 관련 제품을 내고 있다. 샤넬은 2024 봄·여름(SS) 컬렉션뿐 아니라 공식 사이트에 메리 제인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 정도로 애정을 드러냈다. 샤넬은 미니멀리즘, 직장인 패션이라 불리는 ‘오피스 코어’와 함께 대세가 된 블랙&화이트 컬러뿐 아니라 두 가지 색깔을 조합한 투 톤 컬러의 우아한 메리 제인, 스트랩이 여러 개 달리고 리본 등으로 화려함을 더한 메리 제인 등 다양한 디자인을 소개했다. 특히 굽이 낮은 플랫 스타일뿐 아니라 통굽 형태의 플랫폼 힐 메리 제인도 함께 등장했다.베르사체도 지난 시즌 컬렉션에서는 미니멀한 새틴 원피스와 실버 색상 메리제인을 매치한 걸코어 룩을 선보였다. 알록달록한 컬러의 메리제인 또한 눈에 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다가오는 가을시즌을 겨냥해 꽃무늬 자수 메리제인을 선보였다.
미디 스커트와 메리제인을 착용한 1920년대 여성들. 사진=핀터레스트 캡처
동화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메리제인 슈즈는 여성들이 가볍게 기분을 전환하기에 제격인 아이템이다.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의 이 신발은 대략 200년 전에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1902년 '뉴욕헤럴드'에서 연재를 시작한 만화 ‘버스터 브라운’에서 장난꾸러기 소년 버스터 브라운과 그의 여동생 메리 제인이 자주 신고 나왔던 신발이다. 만화 속에만 존재했던 신발은 이 만화의 판권이 팔리며 실물로 만들어졌는데, 미국 신발 회사 ‘더브라운슈컴퍼니’에서 1900년대 초 출시한 메리제인 슈즈를 최초로 친다.

1920년대에 들어서면서 비실용적인 여성복에 회의감을 느끼고 자유로운 복식을 추구하는 여성들이 메리제인 슈즈를 찾기 시작했다. 이 유행의 중심에는 가브리엘 샤넬이 있다. 그는 불편한 하이힐과 발목까지 오는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미디 기장의 치마와 편안한 메리제인 슈즈를 활용한 패션을 선보여 여성복의 판도를 뒤집었다. 1940~1950년대를 풍미한 오드리 햅번의 ‘햅번룩’에도 메리제인 슈즈가 등장한다. 발레리나였던 그녀의 경력을 기리기 위해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직접 메리제인 슈즈를 제작했다. 많은 여성들의 선망이 대상이었던 이 신발은 현재까지도 ‘오드리 발레 플랫’이라고 불리며 페라가모의 스테디셀러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