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핵 기하급수 증강' 엄포만 아니다

북한이 핵탄두를 만들 때 쓰이는 고농축우라늄(HEU) 제조 시설을 공개했다. 2010년 핵학자 지크프리트 해커 박사를 초청해 영변 농축시설을 보여준 바 있지만, 대외 공개는 처음이다. 원심분리기 자체 기술도 확보한 듯하다. 극비 HEU 시설 노출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북 정책에 영향을 주고, 거리낌 없이 핵무기 증강에 나서겠다는 선언이다.

북한은 최근 ‘핵무기 빌드업’을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핵무기 기하급수적’ 증강을 외친 김정은은 현장에서 ‘핵물질 총력 생산’을 지시했다. 북한은 연간 HEU를 80~100㎏ 생산하고, 또 다른 핵물질인 플루토늄을 50~70㎏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 핵무기를 160발까지 늘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HEU는 원자로 가동을 통해 얻는 플루토늄 방식보다 적발이 어렵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 훨씬 위협적이다. 게다가 미국 대선 전후 북한의 7차 핵실험도 예상된다. 이 정도 핵실험을 하면 핵 완성으로 봐야 한다. 다(多)탄두 실험을 통해 장·중·단거리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등 모델별로 탑재에 적합한 탄두 표준화 성능을 점검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지난 몇 년간 요격이 힘든 온갖 미사일 시험을 성공적으로 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기술이 상당 수준에 도달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 주일미군 기지, 미국 본토가 북핵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북한의 협상 요구 수준이 훨씬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김정은과의 밀착을 과시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툭하면 핵 위협을 하고 있고, 중국은 핵전력을 대폭 증강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잇단 오물풍선 도발, 위치정보시스템(GPS) 교란, 사이버전 등 정규전과 비정규전을 혼합한 ‘하이브리드전’에 나서고 있다. 미국 대선 변수까지 겹쳐 안보가 매우 유동적이고 엄중한 상황이다. 미국과 북핵 억제 협력을 강화하고 자체 핵잠재력 확보를 위한 정교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안보 정쟁을 벌일 때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