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만에 또 응급실 찾은 윤 대통령 "의료진 처우 개선 믿어달라"

서울 응급의료센터 2곳 방문
"5년간 10조, 필요하면 더 투입"
추석 영상서도 "의료진에 감사"

의협은 협의체 불참 의사 밝혀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신내동 서울의료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 연휴 전날인 13일 서울 시내 응급실 2곳을 찾아 “전문의들의 처우가 안 좋아지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의료인 처우 개선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을 믿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은 안보와 치안과 더불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이라며 “의료진 처우 개선을 위해 향후 5년간 10조원을 투입하지만 국민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더 많이 투입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권역의료센터, 중구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연이어 방문해 병원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4일 경기 의정부의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은 지 9일 만이다.윤 대통령은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과로로 버티는 구조로는 우리 의료 시스템이 지속될 수 없다”며 “이러한 절박함에서 의료개혁을 시작한 것”이라고 의료개혁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장기계획 차원에서 최소한의 인력 증원이라는 점과 과학적 추계를 근거로 추진하는 것이니 의료인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의료진에게 “진정성을 믿어달라” “많이 도와달라”는 말도 꺼냈다. 윤 대통령은 “잠도 못 주무시고, 잦은 회진으로 힘들겠지만 환자들에게 늘 따뜻하게 대해 주시면 감사드리겠다”고 당부했다.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진의 신상을 공개하는 ‘의료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는 “헌신하는 의사들을 조롱하고 협박하는 것에 대해 참 안타깝다”며 “국민이 의료인을 욕하기보다는 일부 소수의 잘못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의료계 내부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없어서 방치해온 시스템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예정이니, 기탄없이 의견을 개진해달라”고 부탁했다. 의료진은 △필수의료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공공병원 적자 구조 개선 △전공의 및 전문의의 마음을 다독일 대책 마련 △응급실 미수용 문제 해결책 △의료진 사법 리스크 관련 대책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대국민 추석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의료진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한복 차림으로 나온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명절 연휴에도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국군 장병, 경찰관, 소방관, 그리고 응급실을 지키고 계신 의료진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다만 대한의사협회 등 7개 의사단체는 공동 브리핑에서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는 시기상조”라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의료계와 대화하기를 바란다면 정부는 즉각 전공의 사직 관련 수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2025년 증원을 정부 계획대로 진행하면 의대생들은 학교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