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도 뚫은 팬심…한국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 열었다

15일 추석 연휴 중 누적 관중 1000만 명 돌파
1982년 개막 후 약 42년 만에 대기록 달성
올해 20대女 팬 유입에 각종 이벤트로 관심 끌어
프로야구가 사상 첫 천만 관중을 달성한 15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를 찾은 야구팬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 사진=뉴스1
한국 프로야구가 정식 출범 42년여만에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1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이날 한국 프로야구는 누적 관중 1000만 명을 돌파했다.전날까지 한국 프로야구는 994만3674명의 관중을 기록해 1000만명 관중까지 5만6325명만을 남겨뒀었다. 이날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2만500명)와 인천 SSG랜더스필드(2만3000명), 부산 사직구장(2만2758명)에 만원 관중이 들어차 창원 NC파크에 관중 집계가 완료되기 전에 누적 관중 100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 프로야구 리그인 KBO 리그가 출범한 1982년 정규시즌 240경기에는 총 143만8768명이 입장했다. 이듬해 200만 관중을 돌파한 리그는 1990년 300만(318만9488명), 1993년 400만(443만7149명), 1995년 500만(540만6374명) 관중 시대를 열었다.

다만 1998년 관중이 263만9119명으로 급감하고, 2000년대 초반까지 흥행 부진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가 금메달을 수확한 2008년에 500만(525만6332명)을 회복했다. 이후에도 2011년 600만(681만28명), 2012년 700만(715만6157명) 관중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어왔다.KBO리그는 2016년 처음으로 800만 관중(833만9577명)을 넘어섰다. 이듬해엔 840만688명을 동원해 '관중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올해도 KBO 리그의 열기는 뜨거웠다. 개막전 5경기부터 10만3841명이 입장하며 전 구장이 매진됐다. 지난 6월 23일에는 더블헤더(하루에 동일한 팀이 두 경기 연속 경기를 치르는 것)를 포함한 8경기에서 14만2660명이 입장해 KBO리그 역대 일일 최다 관중 기록도 세웠다.

역대급 폭염이 지속됐지만, 야구팬들은 꾸준히 야구장을 찾았다. 8월 18일 847만5664명의 'KBO리그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새로 쓴 뒤, 같은 달 28일엔 900만 관중을 돌파했다. 마침내 추석 연휴인 이날 '1000만 관중'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15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를 찾은 야구팬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 사진=뉴스1
올해 한국 프로야구의 인기 요인 중 하나로 20대 여성 팬들의 유입이 꼽힌다. 최근 KBO가 2006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프로야구 신규 관람자 가운데 여성이 48.6%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1.4%로 가장 많았고, 미혼이 53.2%로 절반 이상이었다.

야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키운 각종 이벤트가 많았다는 점도 또 하나의 이유다. 지난해 6월부터 방송 중인 JTBC '최강야구'를 비롯해 지난 3월 메이저리그 (MLB) 서울 시리즈 개막전 등으로 인해 커진 야구에 대한 관심이 리그 흥행으로 이어졌단 분석이다.

심지어 최근엔 기아 타이거즈 응원단의 '삐끼삐끼 춤'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 이는 기아 타이거즈가 수비를 할 때 투수가 상대팀 타자를 삼진아웃 시키면 치어리더가 일어나 추는 짧은 춤이다.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는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받는 이 춤을 소개하며 "전 세계 팬들을 매료시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일각에선 고물가에 따라 더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야구에 많은 이들이 몰렸단 목소리도 나온다. 야구는 평균 3시간에 달하는 경기 입장료가 보통 1만원 안팎으로, 영화 등 다른 문화생활 대비 가성비가 뛰어나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