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과 닮은꼴' 주택공급 정책…이제는 변해야 합니다 [최원철의 미래집]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한 시중은행의 종합상담창구. 사진=허문찬 기자
최근의 주택 공급 정책은 소비자에게 신뢰를 잃은 분위기입니다. 우리 속담들을 보면 요즘 나온 정책들과 아주 잘 맞아떨어집니다.

첫 번째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떠오릅니다. 가계 대출이 폭증하자 스트레스 DSR 제도를 도입했고 2단계는 7월 시행하려 했지만, 주택 경기를 살린다며 9월까지 연기했습니다. 그 결과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자 대출 정책을 급작스럽게 변경해 유주택자 대출 금지와 갭투자 의심 전세대출 금지, 마이너스 통장 한도 축소에 나섰습니다.두 번째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잘 어울립니다. 8·8 주택공급 대책이 발표됐지만, 그 내용은 3기 신도시 공급, 1기 신도시 재건축, 그린벨트 해제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책들로만 구성돼 있습니다. 빌라와 오피스텔 공급은 전세 사기 여파로 공급이 줄어드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내년까지 11만호를 무제한 매입한다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미 폭등한 공사비 때문에 실제 공급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빌라 및 구옥 밀집지역 모습. 사진=뉴스1
전체를 보지 못한다는 의미를 담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속담도 현재 상황에 적합합니다. 비어 있는 상가와 오피스 공간을 활용하지 않고 몇 년 후에 공급하겠다는 정책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발표했던 '비어있는 상가나 오피스에 민간 주거 임대사업도 가능'하다는 법안은 왜 대책에서 빠졌는지 의문입니다. 이미 공유경제 시대에 접어든 지금, '임대형 기숙사'를 비롯한 효과적인 주거 공간 공급 방안이 필요합니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는 속담은 생활형 숙박시설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생활형 숙박시설들은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고 전매도 자유롭고 대출도 규제를 안 받는 새로운 레지던스라며 분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초기 주택 공급이 위축돼 집값이 폭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정부도 이를 묵인하고 있더니 이제 와 규제에 나섰습니다. 준공을 앞둔 생활형 숙박시설이 크게 늘었는데, 준주거로 변경되지 않으면 소비자와 건설사, 금융회사까지 피해가 예상됩니다. 지금이라도 가능한 곳은 LH가 공공임대주택으로 매입하여 운영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최근 정책은 또한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도 연상시킵니다. 지난 정부에서 재개발과 재건축 기간을 13년에서 최대 5년까지 줄이겠다고 했지만, 현재의 정부는 새로운 특례법을 통해 재개발·재건축 사업 속도를 높이고 향후 6년간 1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합니다. 행정절차를 간소화한다던 지난 정부의 약속이 왜 지켜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합니다.

요즘의 주택정책과 속담이 딱 맞아떨어지는 사례가 많습니다. 속담은 단순한 격언이 아니라, 현재 상황을 되짚어보게 하는 중요한 지혜입니다. 전문가들이 모여 진지하게 주택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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