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이 기타리스트에 주먹 날려…미국 록밴드, 활동 중단한 사연

록밴드 제인스 어딕션, 14년 만에 재결합
보컬 페리 패럴이 기타리스트 데이브 나바로 폭행
그룹 제인스 어딕션./사진=제인스 어딕션 인스타그램 캡처
1980년대 말을 풍미한 '제인스 어딕션'의 재결합 투어가 중단됐다. 공연 중 보컬이 기타리스트를 폭행하는 일이 벌어지면서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제인스 어딕션은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룹으로서 잠시 시간을 갖기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면서 미국과 캐나다에서 남은 재결합 콘서트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앞서 벌어진 폭행 사건 때문에 공연이 취소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멤버 중 2명이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관객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보컬인 페리 패럴은 공연 중 기타리스트 데이브 나바로에게 걸어가 소리를 질렀다.

그는 흥분을 못 이기고 덤벼들어 나바로를 어깨로 치고 주먹을 휘둘렀다. 나바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밴드가 투어를 진행할 수 없다고 결정한 이유는 '가수의 정신건강 문제' 때문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패럴을 제외한 다른 멤버들은 이 글에서 "우리뿐만 아니라 그(패럴)의 개인적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로 인해 다른 대안이 없었다"면서 "우리의 마음은 찢어진다"고 밝혔다.패럴은 대변인을 통해 "이번 주말은 엄청나게 힘들었다. 금요일 공연 중 벌였던 제 행동에 대해 밴드 동료, 특히 데이브 나바로, 팬, 가족, 친구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냈다. 이어 "안타깝게도 나는 한계점에 도달해 변명할 수 없는 행동을 했고, 내가 상황을 처리한 방식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덧붙였다.

패럴의 아내는 인스타그램에 "남편은 투어 내내 밴드 음량이 자신의 목소리를 가려 화나 있었다"며 "남편이 이명과 인후통을 앓고 있었고 특히 그날 긴장도가 극에 달해있었다"고 해명했다.

일부 콘서트 관람객은 보스턴 공연 전부터 문제의 징후가 보였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공연을 본 라디오 프로듀서 겸 DJ인 조지 잉마이어는 "패럴이 뉴올리언스가 헤로인을 사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는데 나는 그것이 불쾌해 중간에 나갔다"고 말했다.1985년에 로스앤젤레스에서 결정된 제인스 어딕션은 포크와 록, 소울, 재즈 등을 넘나드는 새로운 장르인 얼터너티브(대안) 록을 창시하고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단 두 장의 정규 앨범만을 내놓은 채 1991년 해체했고, 이후 주기적으로 재결합 콘서트를 하곤 했다. 초창기 멤버를 모두 모아 14년 만에 투어에 나섰지만, 공연이 취소되며 팬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하게 됐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