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사업 분사 계획…美증시 높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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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사후 TSMC와 삼성전자 고객 일부 유치 예상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면서 아마존의 AI용 반도체를 위탁생산한다는 발표로 미국증시에서 이틀 연속 주가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규모 자금조달 통해 생산 확대 전망
"아마존 물량 불확실,인텔 특유의 느린 속도도 문제"
전 날 6.3% 상승했던 인텔은 17일(현지시간) 에도 이틀째 4.1% 오른 21.8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시장에서 인텔의 이번 구조조정 계획안에 대해 높은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 업계 분석가들은 TSMC (TSM)나 삼성전자의 고객을 일부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 2021년 팻 겔싱어가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면서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인 파운드리 사업부를 전략적으로 시작했으나 많은 고객을 유치하지 못하면서 3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내왔다.
인텔이 아마존을 위한 AI 전용칩을 최신 제조공정 18A 공정에서 만들고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맞춤형 제온6 서버용 칩도 개발중이라는 소식은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에 희망적이다. 지금까지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가 위탁생산을 유치한 빅테크 고객은 마이크로소프트 정도였다.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고객인 애플 등의 전자제품 생산업체를 비롯, AI칩을 생산하는 엔비디아 등 주요 팹리스 반도체 회사들 대부분이 여전히 TSMC로부터 대부분의 칩을 공급받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부를 독립 자회사로 분사할 경우 인텔의 나머지 사업과 명확한 분리를 통해 인텔과 잠재적 경쟁관계인 퀄컴,브로드컴 등 다른 반도체 회사들까지 포함해 고객의 저변을 넓힐 수 있게 된다. 자사의 칩을 개발하는 경쟁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적 재산권 관련 우려가 분사 독립으로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TSMC나 삼성전자 같은 대형 파운드리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생산 설비 확장을 위한 독립적 자금 조달도 더 용이해질 수 있다.
겔싱거는 전 날 파운드리 자회사 분리에 대해 "중요한 것은 독립적인 자금 조달원을 평가하고 각 사업의 자본 구조를 최적화해 성장과 주주 가치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어 인사이트 앤드 스트래티지의 최고경영자(CEO)겸 수석분석가인 팻 무어헤드는 이 조치로 “분사된 회사가 독립적인 이사회 등 완전히 독립된 법인으로 인정받으면 애플이나 퀄컴, 브로드컴 같은 고객을 얻기에 더 나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텔은 또 연말까지 전 세계 사무용 부동산의 약 3분의 2를 줄이거나 매각하고 독일과 폴란드 공장을 2년간 가동 중단한 후 향후 방향을 결정하며, x86 아키텍처와 AI에 집중하기 위해 제품 라인을 간소화하는 등의 다른 계획도 발표했다.
미국내 반도체 생산 거점 확보에 나서고 있는 미국 정부도 인텔의 기사회생을 지원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전 날 인텔이 국방부용 반도체를 개발 생산하는데 35억달러(4조6,6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월에 인텔의 미국 오하이오주 리킹카운티에 짓고 있는 인텔원 공장 및 애리조나, 오리건, 뉴멕시코 등 미국내 반도체 생산시설에 대해 보조금과 대출을 포함 195억달러(25조 9,700억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언론들도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를 통해 TSMC나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따라잡기를 기대한다고 쓰고 있다.
20년전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으로 꼽혔던 인텔은 이제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 시가총액의 약 9분의1, 게임용 그래픽 카드를 생산했던 엔비디아 시가총액의 30분의 1 정도 회사로 쪼그라들었다.
분석가들은 인텔의 구조조정 계획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지적했다. 분석가와 전직 임원들은 인텔이 겔싱거의 계획을 구현하는데 너무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해왔다.
아마존과의 거래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도 불분명하다. 일부 분석가들은 아마존이 인텔에서 패브릭칩을 조달한다 해도 기존에 TSMC에서 조달해온 칩 전량을 전환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마켓워치는 분사로 독립성을 강조했으나 사업부 매각만큼 독립적인 것은 아닌 만큼 잠재 경쟁사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려면 인텔이 추가 움직임을 취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자본 집약적인 파운드리 사업에서 '의미 있는' 수익이 나오려면 2027년까지는 기다려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를 통해 재도약의 길로 들어설 지는 좀 더 두고봐야할 전망이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