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으면 무조건 친다"…트럼프의 못말리는 '골프 사랑'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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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규칙적인 골프 습관이 보안상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58)라는 인물이 12시간 동안 숨어서 총을 겨눈 채 그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다가 비밀경호국에 발각된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규칙적인 골프 습관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호팀에게 이 문제는 골칫거리였다. 마이크 올슨 전 비밀경호국 요원은 폴리티코에 "그가 (자택이 있는) 마러라고에 있고, 날씨가 좋다면 그가 아마도 골프 코스에 갈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호팀 요원들은 트럼프 재임 당시 그가 경호가 훨씬 수월한 백악관에서 주말을 보내기로 하면 안도의 한숨을 쉬곤 했다. 폴 에클로프 전 비밀경호국 요원도 "넓은 장소에서 3~5시간을 보내는 야외행사에서 경호하는 일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렵고 스트레스가 많은 일"이라며 "골프를 치는 사람을 철이나 유리로 둘러쌀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가 다양한 골프장을 찾지 않고 주로 그가 소유한 민간 골프장 몇 곳을 반복해서 방문하는 점은 경호에 유리한 측면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이번에 암살 시도에 노출됐던 웨스트 팜 비치 골프장도 부동산 사업가인 그가 1999년 처음으로 조성한 골프장이다.

지난 7월에는 브라이슨 디섐보의 유튜브 '50타 깨기'에 출연해 함께 골프를 즐겼다. 이 방송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글을 기록하거나 롱퍼트를 성공시키면서 수준급 골퍼임을 증명했다. 그는 디섐보와의 대화에서 "골프가 마음을 안정시켜주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했다. 자신의 골프 실력에 대한 자신감도 상당하다. 지난 6월27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TV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니어 골프대회가 아니라 일반 골프대회에서도 우승하는 자신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건강이 좋지 않아) 50야드도 샷을 날리지 못할 것"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그의 핸디캡은 2~3개 수준으로 알려졌다.
암살 시도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 및 그의 동반자 스티브 위트코프와 통화한 폭스뉴스 진행자 션 해니티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니티에게 "나는 정말 그 홀을 끝내고 싶었다. 나는 이븐(파)를 기록하고 있었고 버디 퍼트를 했다"고 농담 섞인 말을 건넸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