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힘 없이 줄줄"…DJ 한동훈에 마니아들 '화들짝' 놀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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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CBS 라디오서 애청곡 소개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유명한 '음악 마니아'란 사실을 지난 17일 그가 CBS 라디오에서 일일 DJ로 나선다는 소식을 접하고서야 알게 됐다. 음악 깨나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궁금해 방송을 찾아 다시 들어봤다. 든 생각은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탐 낼만한 게스트겠다'라는 것. 기본적인 방송 원고는 준비가 된 듯 했는데, 음악에 대한 세세한 소개는 한 대표 머릿 속에 들어 있는 정보를 즉석에서 꺼내 막힘 없이 줄줄 읊는 수준이었다.
록음악부터 클래식까지 스펙트럼 넓어
'플레이리스트'의 스펙트럼 역시 60년대 록음악에서부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폭 넓었다. 각종 인터넷 음악 커뮤티니에서 "포스가 느껴진다""맨날 한 대표가 정치 얘기하는 것만 듣다가 가수들 이름과 정보를 막힘 없이 줄줄 얘기해 놀랐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 것도 무리는 아니였다.한 대표와 같은 마니아들이라면 동질감을 느낄 수 있을 듯 하고, 초보자라면 한 대표의 플레이리스트를 따라 들어가보는 것도 좋은 청음법이 될 듯 하다. 한 대표 말마따나 음악에는 네편내편이 있을 수 없으니, 그가 좋아하는 음악이라고 듣지 말란 법은 없다. 무엇보다 플레이스트 자체가 흠 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볼드체가 한 대표의 코멘트)
①톰 웨이츠 'Way Down In The Hole'
▶1949년생 미국의 싱어송 라이터 톰웨이츠가 1987년 발매한 'Franks Wild Years' 앨범 수록곡. 톰 웨이츠는 블루스나 재즈를 기초로 한 악곡과 특유의 쉰 가성, 특기인 피아노 연주로 음유시인 이미지를 얻었다. 1980년대 이후로는 독창성을 더욱 가미해 전위적인 사운드로 화제몰이를 했다. 배우로서도 활동해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짐 자머시 등이 감독을 맡은 영화에 출연했다
"포크, 블루스 등의 음악을 한 가수다. 그의 음악은 '톰 웨이츠 장르'라고 부르는 게 맞는 거 같다. (이 곡이 미국 드라마 ’The Wire‘의 오프닝곡을 쓰였다는 진행자의 언급에) 내 인생 드라마다."②지미 헨드릭스 'Bold As Love'
▶불세출의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가 결성한 밴드 The Jimi Hendrix Experience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Axis:Bold as Love'(1967년 발매)에 수록된 곡. Bold as Love는 이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다.
"워낙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지만, 기술적으로 보면 현대 기타리스트들이 훨씬 잘 친다. 이 노래는 녹음도 대충이고, 기타도 대충 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헨드릭스 이전에 이렇게 친 사람이 없었다. 내가 '방구석 기타리스트'인데, 부산에 좌천돼 있을 때 이 곡을 주구장창 카피를 했다. 대부분의 블루스곡에 쓰이는 스케일로 된 곡이어서 초보자가 치기 쉽다. 이 노래 들으면 부산이 생각난다."
③더 도어스 'Summer's Almost Gone'
▶1968년에 발매된 그들의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Waiting for the Sun'에 수록된 곡. 보컬리스트이자 리더인 짐 모리슨의 시적인 가사와 밴드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가 돋보이는 곡이다. "아주 유명한 곡은 아니다. 이 걸 고른 건 여름이 다 갔는데 너무 더워서… 이 밴드가 독특한 게 베이시스트가 없다. 통상 키보디스트인 레이 만자렉이 베이스 키보드로 베이스를 대신한다. 이 노래엔 세션 베이시스트를 쓴 거 같다. 이 음악이 왜 좋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못 하겠더라.”
④리하르트 슈트라우스 '4개의 마지막 노래' 중 'Im Abendrot(저녁 노을)'
▶후기 낭만주의와 초기 근대음악을 대표하는 독일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쓴 소프라노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하는 작품. 84세였던 1948년 완성된 곡으로, 그의 최후의 작품이다. 1950년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지휘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노르웨이 가수 시르스텐 플라그스타에 의해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초연됐다.
"'트립 투 이탈리아'(2015년 개봉)란 영화가 있다. 마지막 부분에 이 노래가 나온다. 남자들이 바다를 보며 밥 먹는 장면에 나오는데, 뜬금이 없다. 그런데 멋지고 잘 어울렸다. (진행자의 "제시 노먼 버전을 들고나왔다"는 물음에) 좋아하는 음악의 여러 버전을 사서 모으는 편이다. 많은 분들이 엘리자베스 슈워르츠코프 버전을 좋아하는데, 나는 이 버전을 좋아한다. 이 노래는 처음의 오케스트라가 짠하고 나오는 부분이 참 좋다. 이 버전은 옛 동독 시절 쿠르트 마주어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연주인데, 노래도 노래지만 연주가 참 훌륭하다."⑤크라잉넛 '명동콜링'
▶한국을 대표하는 펑크록 밴드 크라잉넛이 2006년 발매한 5집 앨범 'OK 목장의 젖소' 수록곡.
"이 밴드는 데뷔할 때부터 알았다. 1990년대 홍대 '드럭'이란 클럽이 있었다. 자주 갔다. 이 밴드가 매력 있는 분들이 많다. 보컬 박윤식 씨 목소리가 걸출하다. 처음엔 연주를 잘 못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원래 펑크밴드들이 그렇다. 최근에 EBS '공감'에 나왔는데, 너무 잘 하더라. 세월의 힘을 느꼈다. 카더가든이 슬로 템포로 편곡해 부른 노래도 좋다. 다만 원곡이 쿵짝쿵짝하는 스카리듬인데 원곡이 더 슬픈 느낌이 든다."
⑥그린데이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미국의 록 밴드 그린 데이의 2004년 앨범 'American Idiot'에 수록된 곡. 리드 싱어 빌리 조 암스트롱이 작사, 작곡했다. 펑크록 밴드의 곡 같지 않게 감성적인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발라드 스타일의 록 넘버다. 빌리 조 암스트롱이 10살이던 1982년 9월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생각하며 곡을 만들었다.
"음악이란 게 열광적으로 들었던 시기의 취향이 유지되면서 다른 음악을 잘 안 듣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 시기에 갇히게 된다. 50대에 접어 들어도 2030 때의 취향을 잘 벗어나지 못 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은 옛날이 진짜고, 요즘은 좋은 음악이 안 나온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건 아니다. 우리가 게을러져서 안 찾아듣는 거다. 이 노래는 좋아하는 음악 중 최근 음악이다. 이 노래를 듣고는 '좋은 음악은 나 몰래 계속 나오고 있었구나' 생각하게 됐다. 단순한 멜로디를 '이래도 안 들을 거야'라는 식으로 강요한다. 이런 게 지루할 수도 있고 안 좋으면 싫은데, 이 정도면 기쁘게 강요 받을 수 있다. 프린스를 아주 좋아한다. 그의 대표곡 'When Doves Cry'가 이런 식이다. 이 노래는 가사가 너무 야해서 안 가져 왔다.”
⑦비틀즈 'Come Together'
▶영국의 전설적 록밴드 비틀즈가 1969년 발표한 앨범 'Abbey Road'의 첫번째 트랙. 존 레논 작곡으로 에어로스미스 등 수많은 후배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 됐다."마지막은 정치적으로 끝내는 게 정치인의 도리라고 생각해서 가져왔다. 존 레논이 폴 매카트니에게 넌 왜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나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절벽에 뛰어내려야 할 상황이 되면 주저하지 않고 뛰어내려 보려고 한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