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면세점 '나홀로 호황'…롯데·신라보다 이익 더 많아

공항 입국장 면세점 마진 좋아
임차료도 절반 수준에 불과
매장 확대로 올 실적 더 좋을 듯
국내 주요 면세점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는 가운데 경복궁면세점만 ‘나홀로 호황’을 누려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복궁면세점은 음식점 경복궁, 삿뽀로, 팔진향 등을 운영하는 외식기업 엔타스그룹이 운영한다.

18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경복궁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202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957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영업이익 또한 190억원으로 전년(100억원)보다 90% 급증했다. 이는 국내 최대 면세점인 롯데면세점(영업이익 158억원)과 신라면세점(139억원)의 이익 규모를 뛰어넘은 것이다.

경복궁면세점이 이익을 유독 많이 낸 것은 입국장 면세점이 주력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1·2터미널과 김해공항에 면세점을 운영 중인데, 이들 매장의 원가율은 49%에 불과하다. 판매가 1만원짜리 상품의 원가가 4900원이라는 의미다. 이에 비해 신라면세점의 원가는 평균 6000원이었다. 경복궁면세점이 마진을 훨씬 많이 붙여서 팔았다. 업계 관계자는 “귀국하면서 부랴부랴 선물을 사거나 면세 혜택이 큰 술과 담배 위주로 구매하는 내국인이 타깃이라 마진율이 높다”고 말했다.

임차료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경복궁면세점은 지난해 임차료로 703억원을 썼다. 입국장 면세점 세 곳뿐 아니라 인천공항 1터미널 출국장 면세점까지 운영하면서 낸 총 임차료다. 이에 비해 인천공항 1·2터미널 단 두 곳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신세계면세점은 1249억원을 지급했다. 입지와 크기, 품목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단순 계산으로 신세계가 두 배 가까이 많은 임차료를 지급한 셈이다. 중소·중견기업으로 분류돼 대기업과 경쟁하지 않은 영향이 크다.시내 면세점이 없다는 점도 실적에 긍정적이다. 대기업 면세점은 공항보다 시내 매장에서 주로 매출이 나온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 보따리상(따이궁)이 시내 면세점에서 대량으로 면세품을 구매했는데, 최근 이들의 방문과 구매가 크게 줄었다.

당분간 경복궁면세점의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2일 청주공항 내 출국장 면세점을 연 데 이어 최근 김해공항 국제선 출국장 면세점까지 입찰을 통해 확보했기 때문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