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면, 이젠 중남미"…日 닛신·도요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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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브라질은 日기업 독무대농심과 삼양식품을 투톱으로 한 K라면이 미국에 이어 중남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중남미는 라면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는데 한국 기업 점유율은 아직 낮아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중남미 시장을 장악한 일본 라면업계와의 치열한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막대한 이익 창출 '캐시카우'
농심, 멕시코에 연내 거점 마련
닛신 점유율 추월한 美시장 이어
수요 급증하는 중남미 공략
삼양식품도 현지 유통채널 입점
○중남미 선점한 日 라면업계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연내 멕시코에 영업지점을 설치할 계획이다. 농심이 중남미 지역에 거점을 마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심 관계자는 “앞으로 멕시코를 비롯한 중미와 남미 지역에서 라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흐름에 맞춰 거점 확대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미국법인인 삼양아메리카를 통해 중남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멕시코 내 주요 유통채널에서는 대표 제품인 ‘불닭볶음면’이 속속 입점해 팔리고 있다.라면 업체들이 중남미에 주목하는 이유는 최근 라면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미 최대 국가인 멕시코의 라면 시장은 작년 기준 1조2000억원 규모로 지난 3년간 18% 성장했다. 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1조6000억원) 역시 같은 기간 라면 시장이 14% 커졌다.
중남미 라면 시장은 일본 기업들의 독무대다. 일본 라면업계 1위인 닛신식품은 1965년 브라질에 진출해 60년 가까이 기반을 다져왔다. 브라질 시장 점유율은 작년 기준 67%에 달한다. 멕시코에서는 도요스이산이 1990년부터 진출해 컵라면을 대중화하는 데 성공했다. 멕시코 시장 점유율은 77%로 닛신식품 등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다.중남미를 포함한 미주 시장은 이들 일본 기업의 ‘캐시카우’ 역할을 한다. 도요스이산의 올해 2분기 해외 라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04억엔과 148억엔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27.2%, 영업이익은 61.0%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4.5%로 전체 지역(16.0%)보다 8.5%포인트가량 높았다.
멕시코와 브라질은 가격 인상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이에 따른 저항도 크지 않은 시장이다. 도요스이산이 지난 4월 멕시코에서, 닛신식품이 7월 브라질에서 가격을 올린 배경이다.
○생산량 늘려 중남미에 도전장
K라면은 미국을 넘어 중남미를 포함한 미주대륙 전체를 정조준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K라면은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채널의 메인스트림(주류) 코너를 점하고 있다. 농심은 2017년 미국 라면 시장에서 닛신식품을 밀어내고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고 이후 격차를 더 벌려 1위인 도요스이산을 추격 중이다. 불닭볶음면은 미국 유명 연예인과 인플루언서가 앞다퉈 ‘먹방’에 나서면서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라면업계가 올 들어 국내 수출전용공장 건설과 해외공장 증설에 들어간 건 중남미와 유럽 등 신흥시장의 잠재력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현재 국내외에 가동 중인 공장 생산능력(캐파)으로는 신규 수요를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심은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연간 5억 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수출전용공장을 2026년 상반기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삼양식품은 건설 중인 2공장을 미국과 중남미 등 미주 시장을 겨냥한 불닭볶음면 전용 생산라인으로 운영할 계획이다.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