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자율과 연대로 움직이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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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7년 전 우연한 기회에 회사에 재직 중인 직장맘들이 아이를 유치원 등원 시간보다 한두 시간 일찍 데려다주고 출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계기로 구성원이 각자 원하는 시간에 출퇴근할 수 있도록 자율 출퇴근제를 도입했다. 코로나19 유행기에 시작한 재택근무도 코로나19 종료 시점에 구성원 자율투표를 통해 주 2회 재택근무가 가능한 책임근무제로 정착시켜 운영하고 있다. 관리자에게는 재택근무 중 구성원이 PC 앞에 앉아있는지 절대로 확인하지 말라고 한다. 재택근무 중 야근을 인정하고 휴가 시 별도 승인 절차도 없앴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이 이처럼 자유로운 근무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은 구성원이 회사를 ‘자유롭고 건강한 1인 기업가들의 공동체’라고 여기는 마인드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롭다’는 것은 구성원이 각자의 삶과 일의 방식을 스스로 결정하고, 자신의 커리어를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건강하다’는 것은 개인의 전문성이 동료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삶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책임근무제는 자유롭고 건강하게 1인 기업가로 성장해 나가야 할 구성원의 자율성을 존중하기 위한 중요한 시도였다.자율적인 근무 환경 속에서도 ‘강한 연대’는 중요하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2023년 ‘네고왕 행사’ 때 있었다. 행사 5일 만에 100만 건 넘는 주문이 쏟아졌다. 담당자 혼자 처리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주말 저녁, 회사 게시판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글이 올라오자 100명이 넘는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손을 들었다.
그 결과 이틀 만에 모든 주문을 처리하고, 열흘 안에 100만 건의 배송을 완료할 수 있었다. 소위 기업 경영에서 자율과 연대는 대립 관계라고 생각하지만 ‘자유롭고 건강한 1인 기업가들의 공동체’라는 조직문화 안에서는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1인 기업가들의 공동체란 단순히 독립적인 업무 수행이 아닌, 개인이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면서도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것을 뜻한다. 고운세상은 자율 속에서 구성원이 커리어를 최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일례로 ‘고수의 한 끼’라는 프로그램은 사내 최고 직무 전문가들이 자신의 노하우와 성과를 동료들과 공유하며 상호 간 전문성 성장을 견인한다. ‘고운 스터디’라는 프로그램은 커리어 브랜딩 글쓰기, 미디어 트레이닝 등 1인 기업가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한다.
고운세상 구성원은 자율적 환경에서 서로 협력하고, 보호하고, 함께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자연스레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느끼고 최선을 다한다. 최대한의 자율 속 최고의 연대가 가능한 1인 기업가들의 공동체,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기업의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