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서 '습윤 밴드 1위' 티앤엘…"의료용 소재 세계 최고 될 것"[민지혜의 알토란 中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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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혜의 알토란 中企]상처가 나면 세포를 재생시켜 흉터가 남지 않게 해야 한다. 건식 드레싱을 할 경우 상처에서 나오는 진물 속 세포재생을 돕는 유효성분이 증발돼 흉터가 남게 된다. 그래서 피부에 접촉되는 부분은 습윤환경을 유지해 상처를 치유하고, 외부 노출되는 부분은 투습방수가 가능한 소재로 드레싱을 해야 한다. 습윤 드레싱의 대표 제품은 고기능성 의료용 소재(하이드로콜로이드)로 만든 습윤밴드로 '창상피복재'라 부른다. 이 소재와 제품을 만드는 국내 코스닥 상장사 티앤엘은 미국 아마존에서 습윤밴드 1위를 수년 째 차지하고 있다.
창상피복재 소재·제품 제조사 티앤엘
솔벤트 없고 점착력 좋은 제품 첫 개발
창립 30주년인 2028년 매출 3000억 목표
여드름 스팟패치 이어 자체 화장품도 출시
"의료용 소재부문서 3M 넘어 세계 최고 될 것"
최윤소 티앤엘 대표는 19일 경기도 용인 본사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기존에 만들던 창상피복재는 고무를 녹일 때 솔벤트를 용매제로 사용하기 때문에 상처에 붙였을 때 트러블이 날 수 있고 냄새도 난다"며 "우리는 자체 기술로 솔벤트 없이 점착력이 뛰어난 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 창상피복재는 국내에선 중외제약에 판매돼 하이맘 밴드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잘라쓰는 타입, 밴드 타입 등이 있다. 최 대표는 "우리가 처음 국산화에 성공해 습윤밴드 시장을 개척했고 2017년 처음 미국에 진출해 아마존, 드럭스토어 등에서 1위에 올랐다"고 설명했다.처음부터 성공했던 건 아니다. 개발하는 데만 3년여 시간이 걸렸고 수천, 수만 번씩 원재료를 배합하는 등 시행착오를 거쳤다. 최 대표는 "소재 회사로 시작했기 때문에 자체 원재료로 제품을 개발해 이익률이 높은 것이 후발주자들과 차별화되는 대목"이라며 "창상피복재 소재도 판매하고 이를 활용한 자체 개발 완제품도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티앤엘은 지난해 1154억원의 매출과 30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익률이 26.6%에 달한다. 올 상반기에도 796억원의 매출, 279억원의 영업이익으로 35%의 높은 이익률을 올렸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자체 원재료로 제조하는 데다 해외 수출 비중이 70%로 높기 때문에 이익률이 높은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이익의 20%를 주주배당하고 20%를 직원들에 인센티브로 주는 등 수익을 배분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지금보단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수출액 중 미국 비중은 79%로 영국(6%) 독일(5%) 캐나다(3%) 등 다른 나라보다 압도적이다. 아마존에서 1위를 차지한 영향이 크다. 최 대표는 수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선정한 올해 3분기 ‘한국을 빛낸 무역인상’을 받았다.최 대표는 "창립 30주년이 되는 2028년에는 미국 비중을 50% 이하로 낮출 수 있도록 다른 수출국 비중을 높이는 게 목표"라며 "신제품인 여드름용 패치 반응이 좋은 데다 마이크로니들 화장품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2028년엔 매출 3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티앤엘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하이드로콜로이드 소재로 시작해 의료용 깁스 소재를 만들다가 창상피복재를 개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여드름용 패치에 이어 최근엔 자체 화장품 브랜드 '일루미엘'도 내놨다. 민감성 피부용 기초 화장품으로 시작해 수분라인, 선크림 등으로 늘렸다. 최 대표는 "우리는 소재회사이기 때문에 고객사가 원하는 사이즈, 형태, 성분으로 맞춤 개발이 가능하다는 게 최대 강점"이라며 "좀 더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1000억대를 달성했다면 이젠 스포츠메디컬, 기능성 화장품 등으로 더 성장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티앤엘은 현재 슬로베니아에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내년 1월께 완공되면 통증 완화 효과가 있는 대마추출물 성분(Cannabidiol·CBD)을 넣은 스포츠 선수용 파스 등을 개발, 생산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장기적으로는 의료용 소재 분야에서 3M, 존슨앤존슨 같은 글로벌 회사를 뛰어넘는 세계 최고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용인=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