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싸서 아침마다 쟁여요"…강남사는 주부도 반했다 [트렌드+]

'짠물소비' 과열…편의점선 '초저가' 경쟁
GS25, 1000원 이하 상품 매출 39.4%↑
CU선 27.3%↑…'천원맥주' 마케팅 성과
세븐일레븐, 880원 컵라면 등 110만개 팔려
사진=CU 제공
서울 서대문구에서 5년째 자취하는 직장인 유모 씨(28)는 최근 편의점을 찾는 일이 늘었다. 마트보다 저렴한 식료품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유씨는 “보통 요리하기 편한 재료를 주로 할인마트에서 많이 샀는데 요즘엔 편의점에서 1000원대 신선식품을 많이 산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주부 김모 씨(55)도 마트보다 집 앞 편의점에 더 자주 간다. 김씨는 “채솟값이 많이 올라서 부담스러운데 편의점이 의외로 저렴해서 두부나 콩나물 같은 필수 재료를 아침에 쟁여오는 편”이라고 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마트에 비해 가격이 더 저렴한 초저가 상품을 선보인 편의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 1000원 미만부터 5000원대 이하의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제품군을 확보하면서다. 기존에만 해도 값싼 도시락 등을 구매하려 편의점으로 몰리는 수요가 많았다면 이제는 신선식품까지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한 시민이 GS25의 가성비 PB 브랜드 '리얼프라이스'의 고매출 상품을 살펴 보고 있다. 사진=GS25 제공
GS25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1000원 이하 상품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9.4%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7월 말부터 선보인 초저가 자체브랜드(PB) 리얼프라이스에서 500원~800원 사이 가격대로 선보인 아이스크림 4종은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80만개를 넘어섰다. GS25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근거리 장보기 문화가 확산함에 따라 콩나물과 두부 등 신선식품부터 아이스크림 등 초저가 상품이 잘 팔린다”고 귀띔했다.

같은 기간 CU에서 판매한 1000원 이하 상품 매출은 전년 대비 27.3% 증가했다. CU에 따르면 이 기간 ‘880원 컵라면’, ‘990원 스낵’은 110만개 이상 팔렸고 지난달 선보인 1000원 두부도 출시 보름 만에 3만여개가 팔리며 품귀현상을 빚었다. CU는 이런 추세에 맞춰 다음 달 4000원 안팎의 간편식 10종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치킨마요, 매콤제육 등 컵밥 5종을 3900원에, 탕수육, 양념만두 등 컵요리 5종을 4500원에 판매한다.

CU에서 판매하는 5000원대 미만 저가 도시락 판매 비중은 올해 30% 선을 넘어섰다. 이들 도시락의 연도별 판매 비중을 보면 2020년 29.7%, 2021년 28.2%, 2022년 28%에서 지난해 27.8%로 줄곧 20%대를 유지하다 올해(1∼8월) 30.2%를 기록했다. CU 관계자는 “계속되는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데다 자사 ‘놀라운 시리즈’의 가성비 높은 간편식품이 인기를 끈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 초저가 상품군인 '가격에착!착한 시리즈'. 사진=세븐일레븐 제공
세븐일레븐도 생활필수품을 앞세운 가격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7월부터 계란과 두부, 빵, 파우치 음료 등을 위주로 ‘가격에착!착한’ 시리즈를 기획해 선보이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해당 시리즈는 출시 첫 주(지난 7월 1일~7일) 대비 매출이 80% 뛰었다. 이달 초에는 이들 시리즈 상품을 기존 6종에서 12종으로 늘렸는데, 동일 용량의 타상품 평균가 대비 30%~40% 저렴하다는 점에서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세븐일레븐이 지난 4월부터 초저가 마케팅 전략 중 하나로 선보인 ‘천원맥주’도 이달 기준 누적 판매량 40만캔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스페인 최대 맥주 제조사인 담 그룹에서 생산하는 ‘버지미스터(500ml)’는 4캔에 4000원에 판매돼 품귀현상을 빚었다. 단 5일 만에 모두 완판됐다”며 “점포 곳곳에서 품절 사태가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인기에 힘입어 지난 6월 덴마크의 ‘프라가 프레시’를 동일 용량 및 판매가에 선보인 결과, 5일 만에 센터 재고 소진을 기록하며 빠르게 완판됐다.

업계에서는 고물가 상황이 장기화하며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변화함에 따라 편의점 매출에도 영향이 갔다고 분석했다. 편의점에서는 주부 수요가 몰린 마트로부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성비 상품군을 더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의 주 소비층인 젊은 MZ(밀레니얼+Z)세대 고객 중심으로 기존의 ‘플렉스’에서 점차 ‘짠물’(최대한 아끼는)로 바뀌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작은 가격에도 최신 트렌드 상품을 맛보고 즐길 수 있는 편의점 방문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