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이탈리아 와인과 한식 '찰떡궁합'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한국에 와서 놀라웠던 점 중 하나는 와인에 대한 높은 대중적 관심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와인을 머나먼 지역에서 만든, 이국적인 음료 정도로 여길 것으로 생각했다. 당연히 와인의 인지도도 낮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한국 사람의 와인 사랑은 정말 대단하다. 게다가 어디서든 와인을 구입할 수 있다. 종류는 조금 제한적이지만 말이다. 특히 이탈리아 와인은, 최근 10년 동안 이탈리아 와인 수입 규모가 세 배나 늘어난 데 비해서는 셀렉션이 다양하지 못한 편이다.한국에는 다른 지역에서 만든 와인과 이탈리아 와인의 차별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탈리아에는 ‘오크통이 작을수록 좋은 와인이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 이 짧은 문장에 이탈리아 와인 양조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탈리아 와인은 대량 생산을 지양하고, 가문 대대로 물려받은 양조법을 고수하고, 품질과 디테일에 집중한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컨비비앨리티(conviviality)’ 즉 와인을 통해 만들어지는 즐겁고 활기찬 분위기다.

독자들은 아마도 이탈리아가 세계 최다 와인 포도 품종 재배국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2000가지 이상의 포도 품종을 재배하며, 이 중 700가지는 이탈리아 토속 품종이다. 게다가 정부가 보증하는 원산지 통제 보증 등급인 DOC와 DOCG 등급을 받은 와인이 400개가 넘는다.

이탈리아의 다양한 포도 품종은 재배 지역과 연관성이 매우 깊다. 와인을 홍보할 때 와인이 생산된 지역과 그 지역 특산물을 함께 알리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지역 음식에 지역 와인을 곁들이는 것을 최고 페어링으로 생각한다. 지역의 다양한 특징이 담긴 특별한 조화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토스카나 대표 와인인 ‘키안티 클라시코’만큼 피렌체식 티본스테이크에 잘 어울리는 와인은 없을 것이다.여기서 한경 독자 여러분에게 알려주고 싶은 비밀이 하나 있다. 이탈리아 와인이 한식과도 찰떡궁합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한식과 이탈리아 와인의 다양한 페어링을 시도해 봤는데, 그 결과는 정말 놀라웠다. 과일향이 살아 있는 산죠베제 품종 와인은 달콤한 양념의 불고기와 잘 어울린다. 비 오는 날 막걸리 대신 기분 좋은 산미와 허브 향이 특징인 베네토 지역 토속 품종 가르가네가로 만든 화이트와인을 한번 마셔보시라.

한식과 이탈리아 와인의 조합이 궁금하다면 ‘비바일비노!’ 행사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다. 10월 13일까지 서울과 부산의 38개 레스토랑과 와인바에서 진행되는 이 행사에서는 600개 이상의 다양한 이탈리아 와인과 한식의 조화를 경험할 수 있다. 자 그럼 우리 모두 함께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