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와 쇼스타코비치 대비로, 인간 사회 해법 찾아보려고요"

지휘자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내년 여름 '클래식 레볼루션'서
예술감독 맡아 조화·소통 탐구
“바흐가 신과의 대화를 통해 인간이 쓸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음악을 창조했다면, 소련 체제하에 살았던 쇼스타코비치는 인간의 고뇌와 고통을 토대로 우울감을 내재한 음악을 썼습니다. 완전히 대비돼 보일 수 있지만, 두 작곡가의 음악을 통해 인간을 둘러싼 현시대의 사회 문제를 극복할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롯데콘서트홀 여름 음악제 ‘클래식 레볼루션’의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57·사진)는 최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 리허설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2025년 음악제의 주제는 ‘스펙트럼: 바흐부터 쇼스타코비치까지’.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와 20세기를 호령한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의 작품을 집중 조명한다.

카바코스는 “바흐의 음악을 쇼스타코비치의 관점에서,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바흐의 관점에서 이해해볼 수 있다면 우린 분명 더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바흐와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은 희망, 자유, 사랑 등 우리가 바라는 삶의 가치들에 마음을 열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카바코스는 1985년 18세의 나이로 시벨리우스 국제 콩쿠르 우승을 차지한 뒤 파가니니 콩쿠르, 나움버그 콩쿠르에서 연달아 1위에 오르며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란 별칭을 얻은 음악가다. 1991년 BIS레이블을 통해 발표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오리지널 버전(1903∼1904년작) 녹음 음반으로 그라모폰이 수여한 ‘올해의 협주곡 음반상’을 거머쥐는 등 연주자로 먼저 이름을 알린 그는 현재 지휘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의 예술감독을 지낸 그는 뉴욕 필하모닉, 프랑스 라디오 필하모닉 같은 명문 악단을 지휘해 왔다.그가 이끄는 내년 클래식 레볼루션 음악제에선 아티스트와 관객이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대거 마련된다. 그는 “젊은 연주자들, 청중과 많은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며 “신예 연주자를 위한 마스터클래스, 청중과의 토론회, 오픈 리허설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커뮤니케이션, 생각 또는 감정의 공유, 이해, 조화 등이 우리 음악제의 키워드가 될 겁니다. 좋은 평을 듣고 많은 박수를 받는 게 우선이 아니라 ‘관객들이 우리의 음악을 통해 무엇을 얻어갈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