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값 내려라"…中수입 카드 꺼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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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업계 우회 압박시멘트 가격을 둘러싸고 시멘트업계와 건설업계 간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이르면 2026년부터 중국산 시멘트를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19일 확인됐다.업계는 고공행진 중인 시멘트 가격 인하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시멘트는 주거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건자재인 데다 섣부른 시멘트 수입이 국내 산업 생태계를 교란할 것이란 우려가 커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획재정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 함께 시멘트 수입·비축 방안 간담회를 열었다. 이 간담회에선 “국내 시멘트산업이 5개 회사의 과점 체제여서 시멘트 업체에서 가격을 정할 뿐 아니라 시멘트 가격은 꾸준히 상승만 한다”며 “국내 시멘트업계를 견제하기 위해 수입 등 방안으로 자극을 줄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2년 뒤 중국산 수입 추진
"원료값 떨어졌는데도 가격 올라
5개社 과점 체제에 자극 필요"
업계 "전기료 인상 탓에 불가피
中수입 땐 기간산업 무너질 것"
소비자들은 독성물질 등 우려
정부가 중국산 시멘트 수입 카드를 꺼낸 데는 수년간 시멘트 가격이 급격히 오른 영향이 크다. 국내 시멘트업계는 최근 3년간 단계적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2021년 t당 7만8800원에서 지난해 11월 11만2000원으로 40% 넘게 치솟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연료로 쓰이는 유연탄 가격이 급등했고, 정부의 탄소 저감 정책에 따라 수천억원에 이르는 환경 설비를 들여놔야 하기에 시멘트업계는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하지만 유연탄값이 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졌는데도 시멘트업계가 가격을 내릴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국토부가 칼을 빼 들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시멘트업계는 “유연탄 가격은 내렸지만 전기요금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이를 상쇄하고 환경 설비에 투자하기 위해서라도 가격을 내릴 수는 없다”고 맞선다.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시멘트의 예상 수입 가격은 t당 9만5400원이다. 시멘트업계는 중국산 시멘트 수입이 국가 기간산업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시멘트 유입으로 국내 업계가 무너지면 나중엔 수입 제품 회사가 가격을 더 올려서 판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시멘트 가격이 중국산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한 시멘트 제조사 공시를 보면 한국 시멘트는 t당 11만2000원대의 공식 단가가 아니라 훨씬 낮은 가격(약 9만6082원)에 판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 현장에서 구매하는 수량에 따라 할인이 적용되는 곳이 있어 공식 단가와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중국산 시멘트 도입이 국민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것도 문제다. 중국 시멘트업계는 제조 과정에서 온갖 폐기물을 연료로 쓴다. 중국 대표 시멘트사 콘치는 홈페이지에 대량으로 폐기되는 쥐약 등 독성물질을 2000도 소성로에서 완전히 연소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다고 홍보한다.시멘트업계는 건설 경기 침체 여파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쉰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멘트 출하량은 약 12% 줄어든 2284만t으로 나타났다. 출하량 감소에 따라 재고는 약 16% 증가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