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느는데…'한옥스테이' 벽 높이는 종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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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체험업 등록허가 놓고 서울시와 '엇박자'서까래, 기둥 등 전통 한옥 구조는 유지하되 내부는 현대식으로 꾸민 한옥스테이(한옥체험업) 활성화 정책을 두고 서울시와 종로구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종로구가 북촌한옥마을 일대 관광을 제한하는 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한옥을 숙박시설로 개조한 한옥스테이의 신규 유입을 막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다. 일각에선 구의 이런 정책으로 인해 코로나 기간 침체기를 겪은 지역 관광산업이 움츠러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로구 "법인 들어오며 민원 늘어"
한옥체험업 추가 유입 제한 나서
市 "매력적 숙박경험인데" 난감
일부 집주인 "한옥 보전 더 잘돼"
소음 등 주민불편 최소화 나서야
○종로구 “한옥체험업 등록 제한” 검토
19일 종로구 관광정책팀 관계자는 “한옥스테이는 원래 집주인을 대상으로 했지만 최근에는 법인이 운영하는 기업형 한옥스테이가 폭증했다”며 “지구단위계획을 과거 안으로 되돌려 한옥체험시설의 추가 유입을 막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종로구의 신규 한옥체험업 유입 제한 방안은 지역 주민의 정주권을 보호하려는 대책의 일환이다. 2020년 12월 북촌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되면서 단독 주택으로 분류된 한옥집도 한옥체험업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관광객 증가에 따른 주민들의 민원이 급증하자 한옥시설의 추가 허용을 전면 재고하겠다는 것이다.북촌한옥마을 주민들이 제기한 민원 수는 2019년 257건, 2020년 258건, 2021년 391건으로 매년 늘었고 2023년에는 7월까지 383건으로 집계됐다. 종로구가 과잉 관광으로 몸살을 앓는 이유는 한옥마을 일대가 오래전부터 관광지였던 데다 최근 한옥 숙박시설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올 6월 말 기준 서울에 한옥체험업으로 등록된 271곳(360실) 중 218곳(242실)이 북촌·서촌한옥마을이 있는 종로구에 집중해 있다. 관광객은 코로나 사태 전 대비 크게 늘지 않았지만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한 한국 문화 확산으로 방문 관광객의 국적이 다양화하면서 이전보다 훨씬 번잡스러워졌다는 게 지역 상인들의 전언이다.
○한옥스테이는 오히려 한옥 보전 정책
종로구는 지난 7월 북촌한옥마을을 전국 최초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내년 3월부터 방문객 유입이 가장 많은 북촌로 11길은 ‘레드존’으로 정해 방문 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한정하기로 했다.종로구의 관광 제한 정책을 두고 주민 사이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종로구민 민경하 씨(65)는 “오래전부터 사는 이들은 이미 다 떠나고 없을 것”이라며 “레드존으로 지정된 북촌로 11길 일대에서도 원주민이 사는 집은 두어 채 남짓”이라고 귀띔했다.일부 한옥 소유주는 한옥의 상업화가 오히려 한옥을 보전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한옥 한 채를 상속받은 건물주 김형정 씨(60)는 “방치 상태에 있던 한옥을 헐려고 해도 용도 제한 탓에 층수를 올릴 수 없었다”며 “한옥스테이로 전환한 후 매달 최소 300만원 이상 수익을 내고 있다”고 했다. 민복현 누하동 물푸레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한옥스테이 열풍이 불면서 역설적으로 한옥이 더 깔끔하고 실용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도 한옥스테이를 더 장려하겠다는 방침이다. 김가영 서울시 관광산업과장은 “한옥체험은 관광객에게 매력적인 경험”이라며 “무작정 막을 게 아니라 주민 불편 상황을 최소화하면서도 관광객에게 다양한 형태의 경험을 제공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최해련/오유림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