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울상인데…'슈퍼 사이클' 맞은 조선주 '대흥분'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업황 둔화와 전기차 수요 감소 우려로 3분기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이 꺾이고 있다. 다음달 시작할 3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호황이 이어지는 조선주는 증권가 눈높이가 상향되고 있다.

2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실적 전망치가 존재하는 상장사 264개사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 합산액은 71조3191억원으로 집계됐다. 1개월 전 72조9595억원에서 2.24% 줄어든 금액이다. 분석대상 264개 중 3분기 실적 전망치가 한 달 사이 10% 넘게 하향된 곳은 20개인 반면 10% 이상 상향된 곳은 8개에 불과했다.

하반기 경기 둔화 전망이 부각되며 반도체 '투톱'의 실적이 하향된 영향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한 달 전 13조6606억원에서 최근 12조1432억원으로 11.1% 하향됐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1% 줄어 7조13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고대역폭메모리(HBM)나 기업용 저장장치 등 고가 제품의 매출은 견조하겠지만 경기 둔화 여파로 소비자용 가전제품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2차전지 업체들도 전망치가 줄줄이 내려갔다. 삼성SDI는 3분기 영업이익이 한 달 사이 10.6% 하향돼 179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포스코퓨처엠(-3.2%), 더블유씨피(-3.1%) 역시 부진한 3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졌다. 엘앤에프는 영업손실 예상액이 430억원에서 518억원으로 늘어났다. 2차전지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만 최근 한 달 사이 영업이익 전망치가 1.3% 소폭 상향돼 4959억원을 올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조선주들은 조선 '슈퍼사이클'이 이어지며 호실적을 보일 전망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 달 전 대비 6.4% 늘어난 3792억원으로 예상됐다. HD현대중공업은 한 달 사이 8.1% 늘어나 1989억원, HD현대미포는 16.9% 증가한 263억원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규제 강화와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맞물리면서 최근 조선사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조선사 수익 지표로 꼽히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지난달 말 기준 189.2로 연초 178.36에서 6.07% 상승했다.

조선주 주가도 최근 조정을 거치고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6~19일 사이 9.26% 올랐고 HD현대중공업(8.75%), HD현대조선해양(12.02%) 등도 같은 기간 상승 곡선을 그렸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까지 컨테이너선과 LNG선 등에서 국내 업체들의 추가 수주가 예상되고 있다"며 "3분기 조업일수 감소에 따른 실적 우려가 있지만 이는 이미 주가에 선반영 된 수준"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