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극 빠졌는데"…실제 변호사가 쓴 드라마 반응에 '화들짝'

"복수극은 없지만 '현실적인 이혼' 그렸죠"
'굿파트너' 쓴 최유나 변호사

13년간 2000건 소송 경험 녹여
"자녀 정서 살피는 세심함 필요
부부 간 넘지 말아야 할 선 있어"
/ 사진제공= 스튜디오S·스튜디오앤뉴
‘자(子)의 복리.’ 최유나 법무법인 태성 이혼전문변호사(사진)는 지난 13일 서울 양재동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혼 얘기를 하려면 자의 복리를 중요시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민법에 등장하는 개념으로 자녀의 행복과 안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 변호사는 “이혼 과정에서 분노에 휩싸인 어른의 감정을 아이에게도 똑같이 강요하면 안 된다”며 “자녀가 최대한 상처받지 않도록 모두가 공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 드라마 제작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아이는 잘못이 있는 아빠(혹은 엄마)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그리워할 수 있는데 그 감정을 짓밟아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 변호사는 요즘 스타덤에 올랐다. 그가 직접 대본 작가로 나선 SBS 금토 드라마 ‘굿파트너’가 시청률 16.7%(15회차 기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혼 드라마’라고 하면 흔히 연상되는 불륜 현장을 덮치거나 복수전을 펼치는 등의 자극적인 장면이 거의 없다.

시청자들은 최 변호사에게 ‘왜 나쁜 놈(유책 배우자)이 제대로 처벌받는 모습이 안 나오냐’ ‘좀 더 사이다 같은 결말로 써달라’는 항의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는 “감수성이 풍부해 아이와 교감을 잘하고 육아를 훌륭하게 하시는 이들 중 외도남(혹은 외도녀)인 경우도 많다”며 “유책배우자에 대한 복수에 무게를 뒀다면 이혼전문변호사가 쓰는 이혼 드라마라는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짚었다.최 변호사는 8세와 3세 두 아들을 둔 엄마다. 동료 변호사와 결혼해 11년째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영어통번역학과를 졸업하고 기자를 꿈꿨지만, 이혼전문변호사를 그린 연극에 매료돼 방향을 틀었다. 전남대 로스쿨 1기로 변호사 자격을 딴 후 13년 넘게 이혼 변호사를 하며 2000건 넘는 이혼소송을 맡았다.

최 변호사가 ‘굿파트너’ 대본을 쓰는 데는 6년이나 걸렸다. 본업인 송무와 상담 등 변호사 고유의 일을 처리하고, 저녁에 두 아들을 육아하고 재운 뒤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대본을 쓰며 틈새 시간을 활용했다고 한다. 수천 건의 이혼을 다루면서 나름의 가정을 잘 지키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직장에서 선을 넘지 않으려고 조심하다가 집에 오면 긴장이 풀어지면서 선을 넘고 예의를 잊을 때가 많다”며 “가정의 울타리에서도 예의와 존중이라는 선을 더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했다.

글=박종필/사진=임형택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