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돈은 사치스런 무기가 아니라 싫은 일을 막아주는 방패"

의사 아버지가 아들에게 선물한 ‘인생의 문을 여는 열쇠’
(者の父が息子に綴る人生の扉をひらく鍵)

日 유명 외과 전문의 겸 작가가
아들에게 전하는 인생 지침서
나카야마 유지로는 일본에서 제법 유명한 의사다. 1980년생 외과 전문의로 1년에 200건 넘는 수술을 책임질 정도로 열정적으로 일하는 그는 의사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글을 쓰는 작가다. 2019년 출간된 <울지마 인턴>은 초보 의사의 갈등과 성장을 그린 소설이다. 일본에서 38만 부 이상 팔리고, TV 아사히를 통해 드라마로 방영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7월 말 출간된 나카야마의 신간 <의사 아버지가 아들에게 선물한 ‘인생의 문을 여는 열쇠’(者の父が息子に綴る人生の扉をひらく鍵)>는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인생 조언을 소개한다.“만일 내년에 죽게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니?” “중요한 일들은 반드시 혼자서 결정해야 해!” “불편한 사람에게선 바로 도망치렴!” “‘정면 돌파’만이 인생의 문을 열어줄 열쇠가 될 거야!” “성공이 반드시 행복은 아니란다” 등 작가 자신이 의사로 살아오면서 경험한 이야기를 포함해 인생 선배로서 후배와 자녀 세대에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보따리를 펼쳐놓는다.
어른이 돼가는 과정에서 마주해야 하는 수많은 ‘인생의 문’에서 어떤 자세로 임할 것인지, 인생의 문을 열기 위한 열쇠를 어디에서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이제 막 세 살과 한 살이 된 두 아들에게 유언을 남기듯 쓴 글이라 그런지, 아버지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의대를 졸업해 의사가 되고, 존경받는 의사로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만만치 않았던 자신의 인생 여정을 먼저 소개한다. 저자의 고등학교 1학년 성적은 전체 210명 가운데 190등. 도저히 의대를 꿈꿀 수 없는 수준이었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삼수 끝에 겨우 의대에 진학했지만 의대 공부는 너무 어려웠고, 병원에서의 인간관계 또한 쉽지 않았다.계속되는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면서도 저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실패를 통해 오히려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자신의 이야기’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가며 저자는 의사로서의 사명과 본분, 생명 사랑과 인간애에 대한 철학, 그리고 인생을 대하는 마음가짐 등을 알려준다.

“하고 싶은 것을 찾았니? 너는 무엇을 하고 싶니?” 나카야마는 2000년 3월 가고시마 공항에 내려 가고시마 의대 시험을 보러 갔던 장면을 회상하면서 자연스레 ‘인생의 진로’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중학생 시절 치열하게 장래 희망을 고민하던 저자는 동남아시아의 한 국가에서 벌어지는 약탈 사건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됐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소년 소녀들이 게릴라에게 납치당하고 무자비하게 목숨을 잃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뒤 그는 불공평한 세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존재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됐고,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어른이 되고 나서 겨우 알게 된 것이 있어. 돈이란 사치스러운 무기가 아니라 싫은 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책이라는 거지. 특히, 자신만이 아니라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곤경에 빠트리지 않게 하는 가장 강력한 갑옷이 돼주더라.”
물론 일을 통해 즐거움과 보람을 느껴야 하지만,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솔직한’ 바람을 전하는 장면이 인상 깊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