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인프라 같은 특화 금융 키워야"

김윤주 BCG코리아 금융 대표
‘금융권에선 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오지 않는가.’ 국내 은행들이 수십 년째 받아온 지적이다. 혁신과 도전 없이 내수 시장 ‘나눠 먹기’에 안주하고 있는 은행들을 질타하는 말이다.

이에 대해 김윤주 보스턴컨설팅그룹코리아 금융 부문 대표(사진)가 내린 진단은 명료했다. 김 대표는 20일 기자와 만나 “은행들이 일부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투자에 나서려는 각오가 부족하다”고 잘라 말했다. 해외 시장 개척이나 신규 상품·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어느 정도 적자를 보더라도 버텨내고, 긴 안목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국내 금융지주 3곳과 증권사 2곳, 카드사 2곳에 경영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은행들이 혁신은 뒷전인 채 ‘모방 게임’에 매몰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 금융지주나 은행 주식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평균 0.6배 수준으로 미국 일본의 1.0배보다 훨씬 낮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국내 은행의 혁신 및 성장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트래블카드가 좀 된다고 하자 너도나도 포장만 바꿔 비슷한 상품을 베껴 내놓으며 경쟁을 벌이는 게 대표적인 모방 게임 사례”라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투자와 전략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김 대표는 “수십 년간 이익을 줄이면서라도 지속해서 투자하겠다는 각오와 일관된 전략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글로벌 은행들이 특정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골드만삭스는 투자은행(IB), HSBC와 씨티는 무역금융, 맥쿼리는 인프라 금융에서 강점을 갖고 세계 각국의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