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팀 '체코리아'로 원전 르네상스"…파벨 "韓과 협력, 유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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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분야 포괄적 협력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 ‘팀 코리아’가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기쁜 소식이 있었다”며 “이제는 팀 코리아에서 나아가 ‘팀 체코리아(체코+코리아)’가 돼 원전 르네상스를 함께 이뤄나가자”고 20일 말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을 확정 짓는 것을 넘어 체코와 손잡고 유럽 원전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도 “한국과 체코의 원전 협력이 다른 유럽 국가, 특히 중앙 및 동유럽 국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尹 "100년 함께할 원전동맹 기대"
파벨 "韓 원전은 최고의 선택
웨스팅하우스 분쟁 잘 해결될 것"
설계·운영·방사성폐기물까지
양국 '원전 전주기 협력' 체결
지난 19일부터 체코를 공식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비즈니스 포럼 등에 참석해 양국이 원전 분야에서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체코 플젠에 있는 발전용 터빈 기술업체인 두산스코다파워를 방문한 자리에서 “체코에 새로 짓는 원전은 한국과 체코가 함께하는 원전이 될 것”이라며 “원전 협력을 계기로 한국과 체코는 세계 원전 르네상스 시대의 미래 주역이 될 것”이라고 했다.양국 정부는 이곳에서 ‘원전 전 주기 협력 협약’도 체결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엄이 단순히 두코바니 원전 2기를 건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설계와 운영, 정비, 핵연료, 방사성 폐기물 등 원전 생태계 전 주기에 걸쳐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을 최종 수주하면 체코 기업인 두산스코다파워에서 생산한 터빈을 사용하기로 확정하는 협약도 맺었다. 두산스코다파워는 두산에너빌리티의 해외 자회사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이 협약식에 참석했다.
파벨 대통령은 한·체코 정상회담에서 “한수원의 사업 최종 수주를 낙관하고 있으며, 이 사업이 양국 관계 발전의 새로운 기반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폴란드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등에서 원전 개발 계획이 있다”며 “우리가 한국과 협력할 잠재력이 크고, 제3국 시장 진출을 같이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벨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도 “한국 원전은 여러 평가 기준에 따라 최고의 선택으로 선정됐으며, 여전히 그렇다”며 “한국의 제안을 모든 평가 기준에서 가장 우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 수주의 마지막 걸림돌로 평가받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에 대해선 “문제가 성공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나쁜 시나리오도 대비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지식재산권 문제가 최종 수주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는 평가다.양국은 원전 외에 첨단산업, 과학기술, 교통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는 내용의 협약도 체결했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지 10년을 맞아 ‘한·체코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고속철도 기술 관련 교류를 통해 철도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도 맺었다.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의 체코 고속철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번 MOU 체결로 체코의 고속철도 차량, 건설, 운영 등 전반에서 협력 기반을 확고히 구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속철 제조사 현대로템은 체코 철도차량 제작사 스코다트랜스포메이션과 기술협력 MOU를 맺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페트르 피알라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언론발표에서 “원전 건설을 넘어 공동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으로 이어지는 포괄적 원자력 협력을 제도화해 나가겠다”며 “이를 바탕으로 전략적 동반자인 한국과 체코가 앞으로 100년을 함께 내다보는 ‘원전 동맹’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윤 대통령은 “이번 체코 공식 방문을 통해 우주항공, 바이오, 첨단화학, 디지털, 에너지가 양국 연구기관 협력이 유망한 분야로 도출됐다”며 “양국 간 공동 연구와 인적 교류의 확산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프라하=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