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많이 담는다…이교준 '비욘드 더 캔버스' 展

이교준의 ‘Untitled 22-28’(왼쪽)과 ‘Untitled 22-29’. 피비갤러리 제공
그의 작품은 단순하다. 창호지를 붙인 한옥 문짝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는 게 전부인 것 같은 작품도 있다. 단순한 그림으로 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가 이교준. 이 작가는 “가장 단순한 것이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현재 ‘한국 2세대 기하추상회화 작가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1955년생인 이 작가가 단순하고 고요한 작품에 매력을 느낀 것은 20여 년 전이다. 스무 살 무렵 실험적 설치 작업으로 미술계에 발을 들였다가 1990년대 들어 회화와 재료를 본격적으로 탐구했다. 알루미늄, 금속판, 납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평면 작업을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도형과 점, 선, 면 등 기하학적 요소를 바탕으로 한 평면 작업에 몰두했다.그러다 2000년대 이교준은 ‘덜어냄의 미학’을 깨닫는다. 최소한의 형태와 구성, 색채만으로 회화의 본질을 표현할 수 있다는 신념을 품으면서다. 그는 서울 종로구 피비갤러리에서 개인전 ‘비욘드 더 캔버스’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도 모두 단순하고 깔끔하다. ‘단순함이 모든 것을 담는다’는 그는 그림을 통해 정보의 늪에서 부유하는 현대인에게 덜어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인공지능(AI) 등 점점 더 빠르고 새로운 것만 찾는 현대 미술계를 돌아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가 평면에 선을 그려 넣는 데는 ‘수행자 정신’이 바탕이 됐다. 평면을 분할하며 ‘본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때문이다. 그는 선과 면을 나누며 인간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다시 생각하고 고찰하는 등 수행자와 같은 시간을 보낸다.피비갤러리 개인전은 오는 28일까지 이어진다. 29일 개막하는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 소장품 기획전에서도 그의 신작과 구컬렉션이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