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재건축 조합 갈등…"직접 사업성 판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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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길잡이최근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면서 조합장을 해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임 과정에서 소송 등 분쟁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조합원 부담이 가중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정부에서 조합장 공백에 따른 사업 지연을 막기 위해 대책을 내놨지만 전문가들은 집행부 교체 전 사업 진행 상황을 조합원이 직접 확인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강동·노원 정비사업 예정지
집행부 고소 등 분쟁 격화
조합장 해임 공백 길어질 땐
사업 지체돼 피해 커질수도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남부 대규모 재건축 단지 중 하나인 강동구 삼익그린맨션2차는 최근 조합장을 선출하며 2년 만에 재건축 사업을 재개했다. 이곳은 기존 2400가구를 헐고 새로 3300가구를 지을 예정이다. 2021년 7월 조합 설립을 인가받은 직후부터 조합과 비상대책위원회가 맞붙으며 소송전이 계속됐다.서로가 고소·고발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사업은 멈췄다. 그사이 일부 주민은 재건축을 포기하고 주택을 매각했다. 지난달 전 조합 집행부가 현 조합장을 상대로 제기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고 나서야 사업이 3년 만에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서울 노원구 상계뉴타운 내 최대 규모 사업지인 ‘상계2구역’도 조합장 해임을 둘러싸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한 차례 조합장 해임 총회를 연 일부 주민이 다시 해임 총회를 예고한 것이다. 이곳은 2010년 조합 설립을 인가받았지만 내부 갈등으로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엔 공사비를 3.3㎡당 472만원에서 595만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갖고 싸우며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조합장 해임 갈등에 국토교통부는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을 통해 조합장 공백 때 변호사, 회계사, 기술사 등 전문가를 ‘전문조합관리인’으로 선임해 사업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국회에서 특례법이 통과돼야 해 실제 적용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전문가들은 조합 집행부나 비상대책위원회 말만 듣기보다는 조합원이 직접 사업 추진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합장 해임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도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실제 집행부의 잘못이 있는 경우엔 해임 후 정상화가 오히려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면서도 “조합원이 객관적으로 사업성을 판단해본 뒤 해임 총회에 참석해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