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160억 베팅…'싱가포르 개미' 웃음꽃

스트레이츠타임스지수
금융위기 후 신고가
한 달 새 13% 쑥

은행·리츠·통신주
고배당 매력까지
시차도 없어 투자 수월
싱가포르 증시가 주요국 대비 큰 반등폭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싱가포르 주식을 1000억원어치 이상 순매수한 국내 투자자들은 짭짤한 수익을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는 증시에서 통신사, 은행,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 배당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변동성이 커졌을 때 강점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대표 지수인 스트레이츠타임스지수(STI)는 지난 20일 3624.76에 장을 마쳤다. 전일 대비로는 0.23% 떨어졌지만 최근 흐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19일에는 1.13% 상승해 2007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이 지수는 지난달 엔·달러 환율 급변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뒤 최근까지 13.33% 올랐다. 지난달 저점 대비 상승폭이 S&P500지수(9.95%), 유로스톡스50지수(6.58%), 코스피지수(6.22%)보다 높았다.

STI 구성 종목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것은 다국적 금융서비스 기업 DBS그룹홀딩스(배당수익률 4.48%)고, 시총 2위는 은행주 OCBC(5.30%)다. 이 밖에 은행주 UOB(5.16%), 싱가포르에어라인(7.27%), 양쯔장조선(13.0%) 등 배당수익률이 5%가 넘는 종목이 시총 상위권에 많다. 싱가포르 최대 리츠인 CICT(4.28%)도 시총이 약 16조원에 달한다.

싱가포르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나이젤 페 매니저는 블룸버그에 “싱가포르 시총 상위주는 현금 흐름이 좋고, 금리 등락에 주가가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증시 변동성이 커졌을 때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현지 금융서비스 기업 IG아시아의 얍준롱 시장전략가는 “채권 금리가 떨어지고 있고, 싱가포르 정부의 밸류업 노력도 효과를 보여 배당주 투자자의 수요가 갈수록 커질 전망”이라고 했다.국내에서도 싱가포르 증시 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국내 투자자는 싱가포르 주식을 8725만달러(약 116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ACE 싱가포르리츠 상장지수펀드(ETF)’는 7월 초부터 최근까지 19.09% 상승했다.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에서는 싱가포르 주식을 온라인으로 매매할 수 있다. 나머지 대부분 증권사에서는 전화나 창구를 통해야 한다. 싱가포르 증시는 한국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오후 1~2시는 휴장) 열려 국내 투자자에게 시차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