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선희의 미래인재교육]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

정시 확대로 자퇴 후 수능 준비
사교육 100% 의존하는 결과 낳아

채선희 중앙대 교육학과 객원교수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접수가 지난 6일 마감됐다. 검정고시 출신 응시자가 처음 2만 명을 넘어 학교를 떠난 검정고시 학력인정 학생이 사상 최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고교 자퇴생 수는 2020학년도 1만4140명에서 2023학년도 2만5588명으로 늘었다. 자퇴 사유는 부적응이나 해외 유학보다는 ‘기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자퇴 후 검정고시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도 증가하고 있다. 2024학년도 4년제 대학에 입학한 검정고시 출신 신입생이 9256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음을 볼 때 이 같은 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학생들이 ‘자퇴-검정고시-수능’ 경로를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내신 성적이 부진해 만회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거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등에서 상대평가로 불리함을 느낄 때 자퇴를 고려하기도 한다. 내신과 수능 준비를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워 수능에만 집중하기 위해 자퇴를 선택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수시 전형에서 불리한 학생들에게는 검정고시 후 수능에 집중하는 방식이 매력적인 대안으로 여겨진다. 이는 학생들이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입시전략을 선택한 결과지만, 현행 대학입시 제도의 허점을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하다.수시 전형은 1990년대 말 도입된 후 2002학년도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됐고, 2018년에는 4년제 대학 모집 인원의 73.7%가 수시로 선발됐다. 그러나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사건 이후, 대입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며 급조된 ‘정시 확대 정책’이 발표됐다. 이에 따라 2022학년도부터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정시 비율이 40% 이상으로 확대됐고, 그 결과 수능 중심의 입시가 더 중요해지면서 자퇴 후 수능 준비에 매진하려는 학생이 급증한 것이다.

사교육 시장 발전도 자퇴생 증가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학교 대신 학원을 선택하는 이유는 학원이 학교 수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일부 학원은 ‘검정고시+수능=의대 합격의 가장 빠른 길’이라는 마케팅을 통해 상위권 학생들을 유치하고 있다.

과거엔 “학교에서 자고 학원에서 공부한다”는 말이 일반적이었으나, 이제는 아예 학교를 떠나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이 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공교육을 버리고 사교육만으로 고등학교 과정을 채우는 것이다. 고교 3년 교육과정을 학원으로 대체하는 현상은 전인교육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의 실태 파악과 진단, 원인 분석은 미흡하다.

정시 확대는 대입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었으나, 부작용으로 n수생과 자퇴생이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다시 정시를 축소하고 수시를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과거 ‘깜깜이 전형’이란 비판을 받았던 수시 전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세밀한 대책과 함께, 대입 제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의 자퇴생 증가는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는 대탈출의 서막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