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과 체코가 함께 만드는 블타바강의 기적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카를교, 프라하성과 더불어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과 같은 체코의 예술문화 유산은 우리 관광객들이 꾸준히 체코를 찾는 이유다. 그러나 체코가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회사 중 하나인 스코다를 비롯해 정밀공학, 항공우주 산업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보유한 제조업 강국이란 사실은 다소 낯설다. 20세기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은 이번 정상 순방을 계기로 체코와 함께 21세기 블타바강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 산업 발전의 여정을 개시했다.

원전 확대로 체코의 에너지 인프라가 안정화되면 전력 수요가 높은 첨단산업 분야의 협력 여지가 커진다. 정상 순방 계기에 체결한 ‘블타바 첨단산업 협력 비전’은 첨단 제조업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한국과 첨단 제조업 강국으로의 도약을 기대하는 체코가 호혜적 산업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배터리, 로봇, 미래차 등 분야에서 상생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마중물이다.양국은 산업·통상·에너지 분야 경제협력을 체계적으로 협의하기 위해 산업부 간에 ‘한·체코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를 체결했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한·체코 공급망·에너지대화’를 출범해 첨단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하는 양국 간 산업 협력의 지평을 공급망, 에너지, 제3국 공동진출 등으로 확대한다.

양국 정상이 참석해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표명한 ‘한·체코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우리의 주요 기업 대표를 포함한 470여 명의 양국 산업계 대표들이 참여해 미래 협력 방향을 논의했다. 이 포럼을 계기로 배터리·미래차·수소·원전·고속철·우크라이나 재건 등과 관련해 총 14건, ‘한·체코 산업·에너지 테크 포럼’ 계기에는 12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제조업을 토대로 산업과 경제를 성장시켜온 양국 간에 더 많은 협력 사업들이 발굴되리라 기대된다.

지난 7월 체코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한 이후 공식적으로 만난 양국 정상은 모범적인 협력 사례인 두산스코다파워를 방문해 ‘한국과 체코가 함께 짓는 원전’이라는 공동비전을 선언했다. 양국은 단지 원전 건설뿐만 아니라 공동으로 원전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기술개발, 인력 양성 등 원전 전 분야를 포괄하는 협력 MOU도 체결했다. 이런 파트너십은 내년 초 예정된 최종계약 성사에 큰 원동력이 될 것이며, 양국 원전 기업들은 신규 원전 건설을 넘어 세계 원전 르네상스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성장할 것이다.

체코 시민들은 ‘프라하의 봄’을 통해 자유를 위한 의지와 열망을 보였다. 벨벳혁명을 통해 공산정권의 막을 내린 체코는 개방정책을 기반으로 새로운 산업 중흥을 꿈꾼다. 비정한 국제 정세의 역경을 딛고 비슷한 처지에서 성장한 한국이 이제 산업 발전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체코와 두 손을 맞잡았다. 양국이 블타바의 기적이라는 또 하나의 경제 발전 역사를 함께 일궈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