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사전투표 시작…"이민·낙태정책 보고 뽑겠다"

버지니아 등 3개주 투표 돌입

이달부터 총 47개주 사전투표
"해리스, 여성·중산층 위한 후보"
"트럼프, 불법이민 해결할 것"

대선 2차 TV토론 개최는 불투명
트럼프 "이미 너무 늦었다"
< ‘소중한 한 표’ 행사 > 지난 20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이날 버지니아·사우스다코타 등 3개 주를 시작으로 오는 11월 5일 본투표 전까지 47개 주가 대면 사전투표를 시행한다. AFP연합뉴스
“내 딸들을 위해서, 중산층을 대변하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차기 대통령이 되길 바랍니다.”(팀 마조타 민주당 지지자)

“국경을 통제하고 범죄자를 엄격하게 다룰 수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꼭 당선돼야 합니다.”(익명을 요구한 인도계 공화당 지지자)

오는 11월 5일 대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버지니아·사우스다코타·미네소타 등 3개 주에서 지난 20일 대면 사전투표가 시작됐다. 11일 앨라배마주에서 우편 사전투표를 치른 데 이어 대면 투표가 본격적으로 진행돼 대선일까지 치열한 ‘한 표 전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 행정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아침부터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트럼프·밴스’ ‘해리스·월즈’가 적힌 팻말이 투표소로 향하는 길목부터 즐비하게 꽂힌 가운데 양당 지지자는 각각 푸른색과 붉은색 천막을 마련하고 유권자에게 막판까지 한 표를 당부했다.민주당은 하늘색, 공화당은 연두색으로 된 종이를 나눠 줬다. 각각 대선 후보는 물론이고 이번 선거에서 함께 뽑아야 하는 상·하원의원과 지역 정치인 명단을 일목요연하게 자신들의 당을 중심으로 정리한 ‘커닝페이퍼’였다. 어느 종이를 받는지만 봐도 지지하는 후보를 짐작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공화당 지지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사회가 보다 안정되고 치안이 강화되며 보수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자메이카 출신 남편과 투표소를 찾은 메리온 리처드슨 씨는 “동독 출신으로서 나는 미국이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에 물드는 꼴을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톨릭 신자라고 밝힌 엘리스 씨는 “트럼프 전 대통령 덕분에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연방대법원 판결이 폐지됐고, 그 판결이 유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공화당 천막을 지키던 한 여성은 “미국 정부가 사회적·재정적으로 더 보수적으로 가야 한다”며 “더 싸워야 한다”고 열을 올렸다. 제이라는 남성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카리스마와 에너지가 좋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자는 민주주의와 여성 인권, 중산층 경제 등을 공통적으로 언급했다. 남편과 두 딸을 데리고 투표소를 방문한 코트랜드 마조타 씨는 “해리스 부통령은 백만장자가 아니라 중산층을 위한 경제 정책을 펼 것”이라며 “아동 지원 정책 등에서도 해리스가 우위”라고 평가했다. 동생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멜라니 씨도 “해리스의 경제 정책은 골드만삭스가 만든 것처럼 매우 좋다”며 “긍정적 주장을 많이 하는 것도 해리스의 장점”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유권자는 지지 후보를 정해놓고 투표소를 찾은 듯 보였으나 한 젊은 커플은 벤치에 앉아 양당의 유인물을 꼼꼼히 살펴보고 이야기를 나눈 후 투표소로 향했다.미국 50개 주 가운데 47곳은 대면 사전투표 제도를 시행하지만 운영 방식이 제각각이다. 버몬트·일리노이·미시간주를 포함해 6개 주는 이달 대면 사전투표를 한다. 경합주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펜실베이니아주는 16일부터 대면 사전투표를 할 계획이었으나 지난달 말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고 선거운동을 중단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후보 이름을 투표용지에서 뺄지를 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나머지 주는 10월 사전투표를 시작하며 앨라배마·미시시피·뉴햄프셔주는 사전투표 없이 우편 투표 및 제한적인 부재자 투표만 실시한다. 아이다호도 일부 카운티는 사전투표를 하지 않는다.

대면 사전투표 비중은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이 컸던 2020년 대선에서는 이 비중이 69%까지 올랐다. 2022년 의회 선거에서는 이 비중이 47%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체 투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사전투표 비중이 높아질수록 대선에 임박해서 ‘뒤집기’를 시도하기는 어려워진다.

다음달 1일 부통령 후보 토론이 예정된 가운데 유권자의 관심은 ‘대통령 후보 2차 TV 토론’ 성사 여부에 쏠리고 있다. CNN방송이 제안한 다음달 23일 2차 토론 계획에 해리스 캠프는 참가하겠다고 밝혔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21일 유세에서 “(투표가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너무 늦었다”며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양측 지지율은 여전히 팽팽하다. 선거 승리 여부를 가르는 경합주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도 조사 기관에 따라 해리스 우위, 트럼프 우위가 혼재돼 나오고 있다.

페어팩스(버지니아주)=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